죽은 아이들 신분 훔쳐 40년 산 美 부부..옛 소련 첩자 의혹도
세상을 떠난 아동들의 신분을 훔쳐 40년을 살아온 미국의 60대 부부가 붙잡혔다. 이들은 옛 소련의 첩자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NBC뉴스 등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신분도용과 정부 전복 모의 등 혐의로 월터 글렌 프림로즈(67)와 부인 그윈 달 모리슨(67)을 하와이주 오하우섬 카폴레이에서 체포했다. 이들은 텍사스주 출신 아동 2명의 신분을 도용한 혐의를 받는다. 신분을 도용당한 이들은 1967년에 사망한 보비 에드워드 포트와 1968년에 사망한 줄리 린 먼터규다.
텍사스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함께 나온 이들은 1980년 결혼했다. 이후 2년 만인 1982년 가족들에게 돌연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간다”고 말한 뒤 텍사스를 떠났다. 이들은 1988년 사망한 이들의 신분을 이용해 재혼했다.
이후 이들은 ‘가짜 삶’을 살기 시작했다. 프림로즈는 1994년 미국 해안경비대에 입대했고, 2016년 제대한 뒤 미국 국방부 도급업자로 일했다. 연방검찰은 프림로즈가 해안경비대에서 항공·전기기술 관련 보직을 담당했고, 국방부 도급업자로 일하는 동안에는 군기밀 취급 인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부가 옛 소련의 ‘스파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FBI의 자택 수색에서는 이들이 KGB(구 소련 정보기관) 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웨인 마이어스 연방 검사는 “분석 결과 사진 속 옷은 실제 KGB 제복”이라고 했다. 호놀룰루법원은 이날 프림로즈에 대한 구금 명령을 내리면서 그의 보석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분을 도용당한 먼터규의 아버지는 “아직도 이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부부가) 먼터규의 이름을 사용할 확률은 1조분의 1″이라며 “요즘 사람들은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정도로 비열해졌다. 아이들이 편히 쉬도록 놔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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