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홀릭] 이비사 뺨치는 '바가지섬'

신익수 2022. 7. 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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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트랜스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곳.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섬, 스페인 이비사다.

CNBC가 최근 인플레이션이 덮친 이비사 분위기를 전했다. '코카콜라가 1만7000원?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섬의 물가가 치솟고 있다(A Can of CocaCola for 13 dollars? Prices are rising on one of Europe's most popular islands)'는 제목의 이 기사는 가히 '휴양지 바가지'의 충격적인 예로 꼽힐 만하다.

캔 하나에 1만원을 훌쩍 넘는 콜라는 애교 수준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까지 덮치면서 스페인 이비사의 해변 레스토랑 햄버거 한 개 가격은 30달러(약 3만9500원) 선까지 급등했다. 흔한 5성급 호텔 내 수영장 선베드는 500달러(약 65만8500원)를 호가한다. 우리나라 웬만한 특급호텔 1박 가격이다.

세계적인 클러버들이 몰리는 이비사의 물가는 원래 비싸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패키지 여행 가격은 한술 더 뜬다. 여행사 '블랙토마토'가 주관하는 6박 여행은 숙박과 아침 식사 등을 포함해 1인당 7260달러(약 956만원·항공권 제외)부터 시작한다. 핫플레이스인 '식스센시스'는 1박에 1만6000달러(약 2106만원)를 찍었다.

어떤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는지. '이비사니깐 그렇겠지' 하는 분들께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든 대한민국 휴양지 상황을 전해드린다.

최근 경기 가평의 한 복층형 펜션에서 하룻밤 총알 휴가를 보내고 온 후배는 방값 100만원, 맛집 투어 비용에 기름값까지 150만원을 쓰고 왔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1박에 150만원이라니. 웬만한 동남아시아 휴양지 3박5일 패키지 가격과 맞먹는 수준 아닌가.

불과 열흘 전 신혼여행으로 제주를 찍고 온 모 홍보대행사 사장은 해변가 펜션 1박에 200만원을 줬다고 난리다. 4박 가격이면 근사하게 몰디브를 찍고 왔어도 될 법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격년으로 발표하는 세계경제포럼(WEF) 관광 경쟁력 평가 결과(2021년 기준)를 공개했는데, 우리나라가 117개국 중 15위에 올랐다.

팬데믹이 덮치면서 평가 기준이 바뀌긴 했지만, 그 직전인 2019년 결과(16위)와 단순 비교하면 한 계단 오른 셈이다. 상위 10% 수준이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흠집'이 있다. 다름 아닌 관광 가격 경쟁력 순위다. 코로나19 시기야 관광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데이터가 없다. 한데 2019년 결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체 관광 경쟁력 순위는 16위인데, 관광 가격 경쟁력은 103위, 사상 처음 100위권 밖으로 내려앉았다. 호텔 등 숙박 비용은 60위권, 기름값은 100위권 밖이다.

이비사만큼은 아니지만 제주도는 해마다 렌터카 바가지가 도마에 오른다. 합동 단속을 벌이고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는 제주시의 으름장도 매년 무용지물이다. 어쩌겠는가. 렌터카 대수는 적은데, 여행족 숫자는 터져나가니. 작년에 열받은 여행족 한 분이 제주시 신문고에 항의성 글을 올린 타이틀이 이랬다. '제주도 렌터카 요금은 비트코인입니까.' CNBC가 미리 봤다면 이비사 대신 '한국의 바가지 섬' 제주도로 취재를 왔을지도 모른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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