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 이어령 장관의 그때 그 모습
내가 이어령 장관을 처음 만난 것은 1990년 11월 11일 광화문의 장관실에서였다. 문화정책과 그의 문화철학을 인터뷰했다. 그해 1월 문화부 발족과 함께 취임한 이 장관은 매달 '이달의 인물'을 선정하고 그 인물의 행사를 통해 국민의 문화 의식을 높이는 정책을 폈다. 그때, 11월은 '김홍도의 달'이었다. 그리고 1991년부터는 매해 특정 '문화의 해'로 정하고 지원했다. 첫 시도로 1991년을 '연극영화의 해'로 정했다.
또 이 장관은 "대중문화는 다수의 문화이며 평균 문화입니다. 다수의 문화가 발전해야 문화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래서 '대중가요의 해'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오늘의 문화 현실을 이미 그때 얘기했다. 좋은 정책과 이야기가 많아 인터뷰 기사는 다음날 일간스포츠 1면에 나갔다. 이 장관은 오직 문화만 생각했던 오리지널 문화부 장관이었다.
어떤 노래를 부르시냐는 물음에 "목소리도 이렇고(겸손의 말) 잘 아는 노래도 없어 듣기만을 좋아합니다. 가끔 한다면 '타향살이' '기차는 8시에 떠나네'(그리스 가수 아그네스 발차의 애수 깊은 노래) 등 흘러간 노래를 합니다. 술은 전혀 안 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만들었던 일간스포츠의 '골든디스크 상'을 "국민의 영혼이 담긴 상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후원하고 시상도 했다. 이 장관은 명쾌하고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어쩌면 인생은 이 장관이 노래한 '타향살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끝내, 그는 삶의 종착역에서 '눈물 한 방울'에 가 닿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깃털은 흔들린다/ 날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공깃돌은 흔들린다/ 구르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스스로 생각해온 88년…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사랑하자. 무심히 지내온 사람들, 바로 그가 아름다운 꽃이었다는 것을 알 때까지 사랑하자. 그리고 울고 싶을 때 울자.
[신대남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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