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법원에 '강제징용 의견서' 제출.."현금화는 피해야" 우려 반영
외교부가 지난 26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특별 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중인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의견서엔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지난 4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민관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현금화하는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는 상황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은 국가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외교적 사안의 경우 사법적 판단이 아닌 행정부의 입장이 우선 반영돼야 한다는 '사법 자제의 원칙'을 요청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과의 외교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원고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다”며 “대법원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이러한 입장을 설명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언급한 대법원 민사소송규칙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외교부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의견서를 낸 것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대법원 민사2부와 3부는 각각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가 요청한 현금화 요청을 심리하고 있다. 앞서 2018년 11월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양 할머니와 김 할머니는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현금화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이르면 오는 8~9월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릴 경우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상표권·특허권)은 강제로 매각되고, 매각 대금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으로 지급된다. 다만 한·일 양국은 이같은 현금화 조치만은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금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한·일 관계 역시 파탄에 이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만나 현금화 조치 이전에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이튿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현금화 전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기시다 총리에게 말씀드렸고 그러기 위해 일본 측이 성의 있게 호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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