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견뎠는데'..코로나에 두 번 우는 노동자들

조해람 기자 2022. 7. 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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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항공·영화관 등
거리 두기 해제로 수요 폭증
감축 인력 충원 안 돼 ‘과로’
임금 등 처우 개선에도 인색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풀리고 휴가철이 겹치면서 그간 꽁꽁 묶였던 여행·여가 산업에 활기가 돌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허덕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 감축됐던 인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다. 사측의 고통을 분담한다며 낮은 처우를 견뎌 왔는데, 최근 관련 산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일이 늘었는데도 처우는 그대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고속버스부터 공항까지 여객업 종사자들이 낮은 처우와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6일 사측의 임금 동결 시도에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한 동부고속 버스기사들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터미널을 찾아 임금 인상과 공공버스기사 과로 해소 등을 촉구했다. 동부고속은 서울과 강원도 동해안을 오가는 노선을 중점으로 운영한다. 최근 거리 두기 해제와 휴가철이 겹치면서 일감이 폭증했지만, 사측이 임금교섭에서 이전보다 못한 임금안을 가져왔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회사 사정 어려움을 핑계로 3년째 모든 고통을 버스운전기사에게 전가하며 불합리한 임금구조와 단체협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항 노동자들도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금지된 동안 인력이 줄었지만, 최근 거리 두기 해제로 이용객이 늘었는데 적은 인원에게 일이 몰렸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은 2021년 6월 24만7000여명에서 올해 6월 127만9000여명으로 418.5% 늘었다.

영화관 노동자들도 한때 관객이 몰리면서 고초를 겪었다.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의 영화상영업 부문 직원은 2019년 9월 기준 6732명이었지만 지난해 3월에는 3010명으로 줄었다. 영화관 거리 두기는 지난 4월18일 해제됐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은 3216명(지난 3월 기준)에 그쳤다. 영화관 직원들이 화장실도 못 가며 일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만 젊은층의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특성상 최근에는 인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CGV 관계자는 “지난 4~5월에는 예상치보다 많은 관객이 몰렸고, 대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도 겹쳐서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지금은 구인난이 해소됐다”고 했다.

경영계가 위기 때는 서둘러 인력을 줄이고 처우도 동결하지만, 막상 위기를 벗어난 뒤 인력·처우 회복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일어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이나 대기업은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 충격에 대처 여력이 있겠지만 비정규직이나 저소득 노동자 등 고용 불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 상황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확진자 수도 다시 증가 추세이고, 금리 인상과 환율 등 경기 변수가 많다 보니 인력을 감축하거나 줄였던 곳도 그 변수를 이유로 고용 회복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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