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준선, 원칙대로 산출했지만..현실화와는 거리
‘촘촘 두툼한 복지’ 대통령 공약도
주거급여 찔끔 올려 미흡한 이행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도 여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가 29일 결정한 2023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물가 상승 국면에서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을 좌우한다는 의미가 컸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6개 복지사업 기준선이 된다. ‘촘촘하고 두툼한 복지’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 기준선을 조정하면서 2020년 도입한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 산출식을 지켰다는 의미 또한 있다. 다만 공식통계상 중위소득과의 격차 해소와 대선 공약 실현이 큰 진전을 못 본 점은 한계로 남았다.
중생보위가 이날 결정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은 5.47%(4인 가구 기준)이다. 중생보위가 지난 25일과 29일 두 차례 회의 끝에 최종 결정한 건 ‘원안 사수’였다. 5.47%는 2015년 기준 중위소득을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선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복지부는 9만1000명이 추가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대상자가 된다고 추산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연금, 국가장학금 등 복지제도의 기준선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자 생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도 쓰인다.
2020년 만든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 산출식을 따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도와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정할 때 모두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각각 원안인 6.36%와 6.34%에서 2.68%, 5.02%로 하향 조정됐다. 산출식은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를 위해 만들어 2021~2026년도 6개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할 때 쓰기로 했는데, 중생보위가 스스로 이 목표를 저버린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현실화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 수준으로 기준 중위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2020년 통계청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구에서 각각 212만원과 176만원으로 36만원 차이가 난다.
시민사회단체는 중생보위가 현실화 목표를 지연시킨다고 비판한다. 6개년 내내 산출식을 따라도 통계청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 사이 격차 해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 2년 연속 증가율을 원칙보다 내린 만큼 올해는 원칙보다 올려야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공약도 일부 실현되는 데 그쳤다. 대선 당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대상자 선정기준을 각각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에서 35% 이하로, 46% 이하에서 50% 이하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엔 주거급여 기준만 47%로 1%포인트 높였다.
저소득층의 비극적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보완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에서 가족이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이른바 ‘창신동 모자 사망’ 사건은 주택 등 재산 때문에 실질적 소득이 없는데도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맹점을 보여줬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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