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위 기능, 신설 경찰국과 중복 많아장기적으로 허수아비 기구 전락 우려

강연주 기자 2022. 7. 2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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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규칙에 장관 승인 절차 명시
심의·의결 권한 형해화 가능성
경찰국 재의요구권 입지도 타격
정부 "경찰위는 자문 기구일 뿐"

다음달 2일 출범하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과 그간 경찰 관련 정책을 심의·의결해온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의 기능과 업무 중복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비슷한 일을 해오던 경찰위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경찰위가 심의·의결해온 사안과 행안부 경찰국의 기능이 일부 맞닿아 있다며 ‘장기적으로 경찰위가 허수아비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경찰위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며 경찰국 신설로 빚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위는 현행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 따라 인사와 예산, 장비, 통신 등 주요 정책 및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인 국가경찰사무를 심의·의결해온 기구다. 법률상 인사와 예산은 물론 인권보호와 부패방지 등 경찰의 주요 정책도 관장한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및 소속청장 지휘규칙이 시행되는 순간부터는 이 같은 경찰위의 기능이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속청장 지휘규칙에는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경찰과 소방청의 중요 정책사항이 있을 때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장관 승인 절차를 명시한 대목이 장기적으로 경찰위의 심의·의결권한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국 안에 두게 되는 ‘총괄지원과’의 역할이 특히 경찰위의 입지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총괄지원과는 경찰 관련 중요 정책 및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보고와 경찰위 안건 부의 및 재의요구 관련 보고 업무를 맡는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국 총괄지원과가 보고하는 ‘재의요구’는 경찰위에서 의결한 사항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사실상 이를 돌려보낼 수 있는 권한”이라며 “이 경우 경찰위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경찰위가 갖고 있는 기능과 겹치는 경찰국 조직 자체가 대통령령 위반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인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14조는 행정기관의 조직이 다른 행정기관의 조직과 기능상 중복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을 강행한 정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국 설치가 확정된 이상 행안부의 경찰 통제에 대한 견제장치로 경찰위의 권한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국을 통한 행안부 장관의 직접 통제가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라며 “경찰국의 기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위의 기능을 보다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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