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0일 만에 '28% 대통령'

유정인 기자 2022. 7. 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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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지지율 30% 붕괴..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 21%·무능 8%
국민의힘 지지율도 위태..대통령실 "묵묵히 하면 진정성 알아줄 것"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이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8%를 기록했다. 취임 80일 만에 30%선이 무너졌다.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 대통령실은 “묵묵히 해내다 보면 국민들도 진정성과 (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주실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28%,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포인트 오른 62%였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도는 ‘데드크로스’(7월 1주차)가 나타난 지 한 달도 못 돼 격차가 2배 이상(34%포인트 차) 벌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지난 5월10일 취임 당시 52%로 시작해 6월 1주차 53%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7월 2·3주차 조사에서 2주 연속 32%로 ‘30% 방어선’을 사수하는 듯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방어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모든 지역·연령·성별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충청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충청권에서 긍정 평가가 한 주 만에 9%포인트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12%포인트(72%) 올랐다.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0%로, 5%포인트 하락했다. 부산·울산·경남은 6%포인트 떨어진 32%였다.

연령별로는 18~29세와 60대 이상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18~29세 지지율은 20%, 60대 이상은 40%로 각각 지난해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파문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20대 남성들이 등을 돌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정 평가 이유에 ‘내부 총질’ 문자 파문 등 여권 내부 갈등(3%)을 꼽는 답변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갈등(4%)과 함께 새로 등장했다. ‘인사’ 문제를 부정 평가 이유로 꼽는 이들이 21%로 가장 많았고, ‘경험·자질 부족/무능’(8%), ‘경제·민생을 살리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등 순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속도는 전례 없이 빠르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지지율 30%선이 처음 붕괴된 건 취임 2015년 1월 1주차(취임 704일째)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5주차(취임 1451일째)에 29%로 30%선을 처음 밑돌았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 역대 최소 격차(0.73%포인트차) 당선이라는 취약한 기반 위에서 출발했다. 민심의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야 하지만, 급속한 지지율 붕괴로 국정 동력의 기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등 논쟁적 이슈들의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민생·경제 메시지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지지율 위기 국면이 이어질 경우 여권에서 국정 방향타 전환 등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역대 정부들은 대통령 리더십 위기 때 국면전환을 위한 인적 쇄신 카드를 활용하곤 했다.

■윤 대통령, 문자 파문·지지율 추락 등 과제 안고 4박5일 휴가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는 데는 굉장히 복합적인 이유가 있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 모든 사람들은 당초 하려고 했던 것들, 더 잘하고자 했던 것들을 찾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갤럽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6%로 더불어민주당과 같았다. 여당 지지율도 야당에 역전되는 ‘더블 데드크로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취임 후 첫 휴가지만 ‘내부 총질’ 문자 파문으로 심화한 여권 내분, 20%대로 추락한 지지율 등 과제가 산적해 무거운 발걸음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동안 휴식과 함께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한 국정운영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 2~3일은 지역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민생 현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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