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스타벅스 '발암물질' 증정품
중학생 시절 특별활동반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생물반에 들었다. 방학 때면 산이나 섬에 가서 작은 동물들을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었다. 학교 과학실에서 개구리·물고기 표본을 만든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머리를 어질하게 하는 역한 냄새를 참고 표본병 안에 포르말린 액을 넣는 게 고역이었다. 과학실의 서늘한 기운은 포르말린 탓이다. 공업용 방부제인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의 35~40% 수용액이다. 기체 포름알데히드는 건축 자재의 방부제로 자주 사용돼 새집증후군의 주원인 중 하나다. 독성이 강한 유해 화학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스타벅스가 올여름 고객 증정품으로 배포한 굿즈 ‘서머 캐리백’(여행용 가방)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국가공인기관에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개봉 전 제품 표면에서 ㎏당 284~585㎎(평균 459㎎), 내피에서 ㎏당 29.8~724㎎(평균 244㎎)의 포름알데히드가 나왔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현행법상 가방류는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재킷 등 외투류의 안전 기준치(㎏당 300㎎ 이하)를 초과한다.
더 큰 문제는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포름알데히드 검출 사실을 알고도 가방을 나눠준 것이다. 회사 측은 여름 이벤트 시작 전인 지난 5월 제조사로부터 포름알데히드 검출 결과서를 받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행사를 강행했다. 캐리백에서 오징어 냄새 같은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의견이 계속 나오는데도 일부 제품 원단의 인쇄 염료 문제라며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온라인상에서 폭로와 비판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사과에 나선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성분 검사 결과를 교차 검증하느라 시일이 지체됐다고 둘러댔다.
이 캐리백은 음료 17잔을 마셔야 받을 수 있는 올여름 한정품이다. 스타벅스 측은 한정품의 인기를 노려 수년 전부터 이런 이벤트를 지속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음료 300잔을 주문해 증정품만 챙기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인기 있는 선물을 미끼로 물건을 파는 것은 스타벅스의 상술이라 쳐도, 거리낌 없이 ‘발암물질’을 배포하는 스타벅스의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행태가 괘씸하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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