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험답안 유출' 학생..서울대 꿈꾸던 모범생

답안 유출한 학생 2명 모두 모범생
한 명은 서울대 컴공과 진학이 목표

연합뉴스

[서울경제]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문답을 유출한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평가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 대동고에 재학 중인 2학년 A군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답안지를 유출한 두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학교에서 유명한 친구들이었다”고 밝혔다.

A군에 따르면 답안을 유출한 두 학생 중 한 명은 전교 7등, 다른 한 명은 20등으로 둘 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전교 7등이던 B군은 컴퓨터를 잘해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전교 20등 하던 C군은 이번 기말고사에서 유독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A군은 “B군은 원래 1등급을 종종 받아왔는데 C군은 아니었다며, 20등 하던 C군이 기말고사 때 아예 전교 1등을 해버렸다”고 말했다. A군은 사건 당시 C군이 처음에는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며 울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C군이) 축구도 하고 놀 거 다 놀고 했기 때문에 (C군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더 소름 돋았다”고 밝혔다.

시험지 유출 발각 과정에 대해서는 “(B군과 C군이) 기말고사 때 시험지에 답을 적어놓은 걸 찢어서 학교 뒤 쓰레기통에 아주 잘게 찢어서 버렸는데 다른 반 친구가 그걸 보고 쓰레기통에 있던 종이를 빼내 퍼즐처럼 맞췄다”며 “거기에 적힌 답과 답안지를 비교해 보고 거의 다 100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친구들끼리 얘기하다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부모님한테 말했고, 그 부모님이 학교에 전화해 다 알게 됐다”고 전했다.

A군은 “‘재시험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1학기 때 열심히 공부해 등급 잘 나온 애들이 시험을 다시 봐서 성적이 떨어지면 억울하고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와 교육청에서도 보안에 신경 쓰고 책임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광역시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답안 유출 사건의 주인공 B군과 C군은 기말고사뿐만 아니라 중간고사 때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난 27일 드러났다. 이들은 늦은 밤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의 컴퓨터에 화면 내용을 주기적으로 캡쳐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관련 자료를 빼냈다.

경찰은 이들이 이러한 수법으로 중간 7과목, 기말 9과목 등 16과목의 문답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B군 등에 대해 성적 평가 등 학사행정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와 교무실에 숨어 들어간 행위에 대한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했다. 또 교사의 컴퓨터에 접근한 방법을 두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두 학생이 퇴학 조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 생활 규정에 따라 생활교육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들에 대한 퇴학, 전학 등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후인 인턴기자 huin_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