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부리는 불법주차에 "IT·초소형전기차 등 활용한 단속 방안 마련해야"
[IT동아 김동진 기자] 불법주차가 기승을 부린다. 주차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일반 도로에 불법주차 하거나, 장애인 전용 구역에 주차하는 행위는 예사다. 최근에는 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에 주차해 충전을 방해하거나, 캠핑용 카라반을 장기 불법주차해 지역에 손해를 입히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지자체는 불법주차를 줄일 정보통신기술과 CCTV를 탑재한 주차단속 차량, 단속 카메라 등을 투입하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값비싼 전기차 대신 저렴한 초소형 전기차를 불법주차 단속에 활용하자는 대안이 나온다.
장애인구역 주차부터 전기차 충전 방해…카라반 장기 주차까지 ‘천태만상’
최근 천안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참 무섭네요 입주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내용을 요약하면, 글쓴이 A씨는 '잠시 편의점에 가기 위해 5분 정도 장애인구역에 주차했을 뿐인데 누군가 사진을 찍어 신고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아파트에 파파라치가 있다며 '할 일 없는 분이 많은가 보다'라는 비아냥도 덧붙였다. 글쓴이 A씨는 이 글 때문에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장애인구역 불법주차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전기차 충전 방해행위도 불법주차에 해당한다. 지난 1월 28일부터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모든 시설로 불법주차 단속이 확대됐다. 이후 전기차 충전 구역 내 불법주차의 월평균 적발 건수는 단속 확대 이전보다 무려 17배 급증했다. '충전 구역 내 내연기관차 주차’가 약 76%로 가장 많았고, 충전 필요 시간 이상으로 주차한 경우 등 기타 방해행위가 나머지 24%를 차지했다. 위반 장소는 아파트, 공영차고지, 업무시설 순으로 많았다.
캠핑 열풍도 불법주차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60만명 수준이었던 캠핑 인구가 2020년 기준 약 600만명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캠핑족이 끌고 온 카라반을 불법주차해 도로를 점거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올해 카라반 불법주차 관련 400여건의 민원을 접수한 후 이를 적발해 과태료 총 33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인천과 청주, 울산 등 지자체도 카라반 불법 주차로 민원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구역을 카라반으로 막은 불법주차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총 231만5658건이다. 이 단속으로 거둬들인 과태료는 7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16.3%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주차가 얼마나 기승을 부리는지 알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마이크로 모빌리티 보급 확대 등 대안 떠올라
갈수록 다양해지는 불법주차 유형에 비해, 이를 막거나 줄일 인프라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몇몇 지자체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불법주차를 막으려 한다. 서울 강동구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무인단속기기 20대를 도입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24시간 단속한다.
강동구가 새로 도입한 무인단속시스템에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진입한 차량 번호를 인식해 장애인 등록 차량 여부를 가려내는 기술이 담겼다. 주차한 차량이 불법주차일 경우, 경고 알림을 보내 차주가 차량을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알람을 보내도 그대로 주차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강동구는 해당 기기 20대를 지난달 말까지 중앙보훈병원,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 일자산 체육관 등 신속한 주차 단속이 어려운 지역을 위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값비싼 중형 전기차보다 저렴한 초소형전기차 활용해 단속 효율 높여야
불법주차를 단속할 단속 차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일단 단속차량 대수가 적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주차질서개선팀에 따르면, 시와 자치구에서 운행하는 CCTV 탑재 주차위반 단속 차량은 총 90대다. 다양한 지역을 단속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가장 최근 도입된 주차단속 차량은 올해 은평구가 구입한 2대, 지난해 중구가 구매한 7대 뿐이다. 나머지 자치구는 최근 2년간 주차단속 차량을 구비하지 않았다. 서울시 자체 불법주차 단속 차량의 마지막 구매 연도도 2016년이다. 심지어 단속 차량이 아예 없는 자치구도 있다.
지자체도 사정은 있다. 불법주차 단속 차량을 살 예산은 한정됐지만,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전기차 구매를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섣불리 불법주차 단속 차량으로 돌리기 어렵다. 예컨대, 중구가 2021년에 구매한 단속 차량인 아이오닉5는 대당 가격이 5천만원에 달한다. 송파구가 2020년 구매한 단속 차량 코나 일렉트릭도 4천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다.
이에 일각에서는 단거리 주행이 대부분인 주차단속 차량에 꼭 고가의 전기차를 써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어 전기를 동력으로 삼아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단거리 주차단속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전기차와 같은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초소형 전기차의 대당 단가를 약 900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현재 지자체가 활용하는 전기 단속차 1대를 구매할 예산으로, 5대 이상의 주차단속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전 비용을 따져봐도 2천원 충전으로 약 100km 안팎을 주행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를 단속용도로 활용하는 게 유지비 차원에서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초소형 전기차는 크기가 작아 골목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일반 전기차 단속차량보다 효율적이다.
이같은 논리가 합당하다고 판단한 지자체는 이미 마이크로모빌리티를 도입한 경우도 있다. 경기도 광명시 업무지원 차량, 서울 은평구 노인복지용 차량, 강원도 원주시의 불법주차 감시용 차량이 초소형전기차다.
지자체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주차단속 차량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불법주차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지역이 광범위하고 예산에도 한계가 있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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