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보육계와 유아교육계 '뿔났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해,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는 학제개편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내용으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하지만 보육계와 유아교육계는 유아의 특성을 무시한 학제 개편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발표한 0~5세 유보통합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모든 아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박순애 장관, 윤석열 대통령에 업무보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오후 2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박 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모든 아이의 성장의 첫 걸음을 국가가 책임지고 뒷받침하기 위해, 유보통합과 학제개편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국가는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해야 하며, 특히, 영·유아 단계(0~5세)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하여,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먼저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해 유보통합의 실행력을 확보하겠다"면서 "유보통합추진단에서 교육 중심의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마련하고, 양 기관 모두 질 높은 교육·돌봄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격차를 완화하며, 0~2세에 대한 교육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아울러, 학제개편 추진 시 영유아 교육·돌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현장 지원방안도 선제적으로 검토한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 내용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동돌봄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중앙대 최영 교수)는 지난 25일 발간된 '아동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모색' 이슈페이퍼에서 제안한 K-학년제 도입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동돌봄분과위원회는 "현재 무상보육‧교육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취학 전 아동과 부모가 경험하는 교육‧보육 격차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소하는 해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만 5세의 초등학제 편입을 제시했다.
◇ 보육계-유아교육계 이구동성으로 "아동권리 침해... K-학년제 즉각 철회하라" 촉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이슈페이퍼가 공개되고, 급기야 교육부의 업무보고 내용에 만 5세의 초등학제 편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K-학년제 도입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육계와 유아교육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문대학교 유아교육과교수협의회(회장 손혜숙)은 29일 새벽 '만 5세 유아의 발달 특성 무시한 K학년제 절대 반대!' 제하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만 5세 유아의 초등교실 흡수 정책안은 즐겁게 놀면서 배우고 보살핌을 받을 유아기 고유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K-학년제 언급은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전문대학교 유아교육과교수협의회는 "0~5세 교육부로의 통합은 영유아기 교육의 질 강화 및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대다수 OECD 국가들이 선택하고 강력하게 추진한 최선의 유아교육 정책"이라며 "K-학년제는 유보통합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정책이다. 0∼5세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을 조속히 실현하라"고 밝혔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위원장 박다솜)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만 5세 초등 취학', 이른바 K-학년제는 국정과제에도 없었던 것이며, 유아교육 학계 및 현장과의 어떠한 논의 절차도 없이 기습적으로 확정 발표됐다. 이는 학제개편이라는 상당히 중요한 논의를 하며 관련 현장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로,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이 후안무치한 태도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만 5세 초등 취학은 유아들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아무리 유아들의 성장이 빨라진 것처럼 보여도, 만 5세 유아들은 초등교육 체제에서 교육을 받기에 발달상으로는 어려움이 크다. 15~20분의 활동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 것이 대부분인 만 5세 유아들이, 40분 동안 초등학교 교실에 가만히 앉아 '학습'을 할 수 있을까? 유아들은 발달시기에 맞지 않는 학습을 하며, 결국 더 이른 나이에 학업 스트레스에 지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회장 이중규)도 이날 오후 성명을 발표해 "유아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대통령 국정과제인 유보통합의 뜻을 달리 해석하여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학제개편 방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반드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유아를 위한 정책도 아니고, 부모가 원하는 정책도 아닌 학제개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왜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인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패한 정책에 더 이상 유아들을 거론하지 말고,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발표한 0~5세 유보통합을 중점적으로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회장 이경미)도 이날 오후 '저출산과 돌봄 만 5세 초등학제 편입으로 해결?! 교육 정책 배가 산으로 가다'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해 K-학년제 계획 발표에 대해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영·유아기 교육이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영·유아교육과 돌봄 정책은 당연히 교육부를 주관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부처 통합을 조속히 진행해야하고, 이미 오래전에 실패한 모델을 도입하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K-학년제 계획은 무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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