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표절?..과거의 음악으로 새로운 예술을 창작하다

김용래 2022. 7. 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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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음악인 듯한데 귀에 익은 리듬과 멜로디가 섞여 흘러나온다.

서양음악은 물론 이인식의 '정선 아라리'와 '서울아리랑 랩소디', 이혜성의 바이올린 협주곡 '새야새야', 김택수의 '국민학교 판타지' 등 한국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 사례를 통해 예술이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며, 인용이 음악의 역사적 특수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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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에 나타난 상호텍스트성..'문화상징으로서의 인용음악'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처음 듣는 음악인 듯한데 귀에 익은 리듬과 멜로디가 섞여 흘러나온다. 표절일까 오마주일까, 패러디일까.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유명 음악가의 떠들썩한 표절 논란을 뒤로 하고 음악에서, 에술에서 과연 독창적이란 것은 무엇일까하는 진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인용음악'(Musical Quotation)의 역사와 사례들을 파헤친 두툼한 학술서 '문화상징으로서의 인용음악'을 들춰볼 만하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서 음악이론을 가르치는 저자 오희숙 교수는 단순 오마주도, 문제적 표절도 아닌 '인용'이 연출해온 현대음악의 '상호텍스트성'을 꼼꼼히 살폈다.

저자가 책의 맨 처음에 인용한 "예술은 과거에 없었던 것을 원한다. 그러나 현재의 모든 예술은 과거에 다 있었다"는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경구는 예술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예술은 과거의 예술에 빚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직간접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음악에서 '인용', 즉 새로운 작품의 창작에 있어서 '이미 만들어진 음악적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오르가눔·모테트·미사 등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한 다양한 기존의 '음악 재료'를 활용해 작곡됐고, 이런 방식은 '패러디' 또는 '패러프레이즈' 기법이라 불렸다. 이런 패러디 기법은 당시 교회음악에 기본적으로 사용됐고,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일반적인 음악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재료를 차용할 때 활용된 대상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음악뿐 아니라 세속음악의 선율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20세기에 음악적 인용은 더 다양화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방식의 새로운 차원을 연 대표적인 작곡가가 바로 구스타프 말러였다. 말러는 교향곡에서 자신이 작곡한 가곡 또는 친숙한 민요, 대중 노래, 행진곡, 춤곡 등을 포괄적으로 인용하면서 '콜라주' 기법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다양한 인용을 통해 말러는 교향곡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형식이 가졌던 장르의 위엄을 해체했고, 예술음악에서 보통 사용하지 않았던 음악적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현실적 세계에 대한 열린 시각을 보여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1부에서 이론적 논의를, 2부에서 서양 현대음악을 다룬 저자는 3부에서는 한국 현대 음악에서 나타난 인용음악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핀다.

서양음악은 물론 이인식의 '정선 아라리'와 '서울아리랑 랩소디', 이혜성의 바이올린 협주곡 '새야새야', 김택수의 '국민학교 판타지' 등 한국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 사례를 통해 예술이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며, 인용이 음악의 역사적 특수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의 선율, 리듬 패턴, 몇몇 화성의 연결은 각각의 음악 외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창작에 인용되면서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는 저자의 언급은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성균관대출판부. 500쪽. 3만2천원.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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