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권력 다툼, 혼돈으로 빠져드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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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혼돈에 빠져들었다.
배 의원은 이날 "정부 출범 뒤 80여일이 되도록 국민께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불교방송>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는 없다"면서도 "(권 대행이) 재신임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불교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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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대행 체제 치명타
29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혼돈에 빠져들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푸 이겼음에도 내부 권력다툼을 반복하다 정부 출범 100일도 채 안 돼 자중지란에 휩싸인 모양새다.
배 의원은 이날 “정부 출범 뒤 80여일이 되도록 국민께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 등 초선 의원 30여명도 “최선의 방법은 신속하게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의 결단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또 행동을 취할 것이다. 선당후사의 큰 결단을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권 대행 체제는 지난 11일 의원총회 추인을 받은 뒤 18일이 지났다.
배 의원과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 뒤에는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실은 최근 급락하는 지지율 속에 불안함을 노출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 대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겨레>에 “대통령실에선 원내대표의 역할과 직무대행의 역할이 겹치면서 권 대행에게 너무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은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최대한 덜 손해를 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도 “(권 대행) 원톱 체제로 가기는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며 권 대행과 선을 그었다.
권 대행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친윤 단체 ‘공정한나라’ 창립발기인 총회 뒤 기자들에게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대표가 궐위(직위가 빈 상태)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일 경우에만 비대위를 둘 수 있게 돼 있다. 6개월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라 비대위로 가려면 당 최고위가 해체되는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최고위 기능 상실 조건을 두고 최고위원 7명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해석과 과반(4명) 사퇴면 된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날 배 최고위원과 동반 사퇴할 것이라는 말이 돌던 조수진 최고위원은 사퇴하지 않았고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권 대행이 버티면 비대위 전환이 녹록잖은 셈이다.
그러나 권 대행 체제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설화와 ‘문자 유출’ 사태에 이어 대통령실과 친윤계마저 지지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권을 노리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나섰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는 없다”면서도 “(권 대행이) 재신임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원내대표도 권 대행 대신 이철규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내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여당이 내부 권력다툼 끝에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것에 대한 자괴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집권한 지 얼마 안 됐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 권력투쟁을 하는 게 총체적으로 걱정된다. 이렇게 판을 벌였다가 더 큰 분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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