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권력 다툼, 혼돈으로 빠져드는 여권

송채경화 2022. 7.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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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혼돈에 빠져들었다.

배 의원은 이날 "정부 출범 뒤 80여일이 되도록 국민께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불교방송>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는 없다"면서도 "(권 대행이) 재신임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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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전환요구 분출
권성동 대행 체제 치명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용태 최고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배현진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29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혼돈에 빠져들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푸 이겼음에도 내부 권력다툼을 반복하다 정부 출범 100일도 채 안 돼 자중지란에 휩싸인 모양새다.

배 의원은 이날 “정부 출범 뒤 80여일이 되도록 국민께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 등 초선 의원 30여명도 “최선의 방법은 신속하게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의 결단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또 행동을 취할 것이다. 선당후사의 큰 결단을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권 대행 체제는 지난 11일 의원총회 추인을 받은 뒤 18일이 지났다.

배 의원과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 뒤에는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실은 최근 급락하는 지지율 속에 불안함을 노출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 대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겨레>에 “대통령실에선 원내대표의 역할과 직무대행의 역할이 겹치면서 권 대행에게 너무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은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최대한 덜 손해를 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도 “(권 대행) 원톱 체제로 가기는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며 권 대행과 선을 그었다.

권 대행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친윤 단체 ‘공정한나라’ 창립발기인 총회 뒤 기자들에게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대표가 궐위(직위가 빈 상태)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일 경우에만 비대위를 둘 수 있게 돼 있다. 6개월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라 비대위로 가려면 당 최고위가 해체되는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최고위 기능 상실 조건을 두고 최고위원 7명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해석과 과반(4명) 사퇴면 된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날 배 최고위원과 동반 사퇴할 것이라는 말이 돌던 조수진 최고위원은 사퇴하지 않았고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권 대행이 버티면 비대위 전환이 녹록잖은 셈이다.

그러나 권 대행 체제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설화와 ‘문자 유출’ 사태에 이어 대통령실과 친윤계마저 지지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권을 노리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나섰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는 없다”면서도 “(권 대행이) 재신임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원내대표도 권 대행 대신 이철규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내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여당이 내부 권력다툼 끝에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것에 대한 자괴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집권한 지 얼마 안 됐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 권력투쟁을 하는 게 총체적으로 걱정된다. 이렇게 판을 벌였다가 더 큰 분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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