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도 "국민 판단 맡기자"던 김일성 회고록..경찰, 보안법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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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북한 주체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의 자택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29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전날 정 실장의 집과 통일시대연구원 사무실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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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물에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 포함
시민단체 "국보법 헌재 공개변론 앞두고 여론몰이" 세기와>
경찰이 북한 주체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의 자택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압수품에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도 포함됐다. 정 실장은 “연구자가 연구자료를 모은 것을 이적표현물이라고 보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29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전날 정 실장의 집과 통일시대연구원 사무실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품목에는 정 실장이 보관하고 있던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간본과 컴퓨터, 휴대폰, 연구자료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4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펴낸 <세기와 더불어>는 옛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은 2011년 <세기와 더불어>가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고, 이를 소지할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논란 당시 국 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북한에서 하는 허황된 김일성 우상화의 실체를 깨닫게 해줄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식과 체제의 우월성을 믿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자”고 했다. 남북한 체제 경쟁이 무의미해진 만큼 국가보안법 등으로 처벌하지 말고 학문·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전향적 제안을 한 것이다. 대법원 역시 올해 1월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정 실장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경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했다. 통일시대연구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실장이 연구과정에서 취득한 북한 관련 자료와 책자를 소지하고 연구 성과를 언론에 발표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을 걸려고 하는 것은 학문과 언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기 독재적 탄압의 재현”이라고 했다. 이어 “오는 9월에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위헌심판제청 공개변론이 예정된 상황에서 여론몰이를 위한 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정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연구자가 연구자료를 모으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20년간 모은 자료를 왜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느냐. 제 연구과정에서 북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드러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직업인 연구를 하지 말라는 것은 학문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엄청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2011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국가종교로서의 북한 주체사상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서 시민단체 엔피케이아카데미 등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된 <세기와 더불어>가 판매된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이 침해된다며 지난해 4월 판매와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1·2심 법원에 이어 올해 1월 대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은 채권자인 시민단체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고, <세기와 더불어>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김일성 회고록을 일관되게 이적표현물이라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 실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오는 9월15일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할 수 없도록 한 국가보안법 조항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공개변론을 연다. 해당 조항은 1991년 이후 7차례 헌재의 위헌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관련기사 : ‘김일성 회고록’ 출간, 오히려 북 언론·출판물 완전 개방 마중물 될까?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92602.html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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