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92만원 버는데 휴가는 무슨..더위에도 못쉬는 라이더들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
月평균 소득 192만원대
최저임금 월급과 차이없어
"고물가에 휴가갈 돈 부족"
연차휴가 법적 보장 못 받는
5인미만 사업장도 사각지대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30대 정 모씨는 "여름휴가 계획이랄 게 따로 없다"며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물가도 너무 올라서 일을 쉬어봤자 집에만 있을 것"이라며 "휴가가 무슨 소용이냐"고 덧붙였다.
여름휴가철이 다가왔지만 휴가를 떠날 수 없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휴가 격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등의 플랫폼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별도의 연차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직역인 데다 '일한 만큼만 버는' 구조라서 쉽사리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여름휴가를 가겠다며 공직사회의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휴가 갈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근로기준법 제60조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재량으로 휴가를 부여할 수 있게 규정했을 뿐 이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임금근로자이지만 연차휴가를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탓에 무더운 더위에도 여름휴가는 언감생심이다.
인천 소재 한 건물에서 2교대 경비를 서는 70대 윤 모씨는 "경비원이 2명뿐이라 별도 휴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잘릴까 봐 아픈 티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2교대 근무라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다음날에는 죽은 듯이 몰아 자는 것의 반복"이라며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몸이 지쳐 잠깐이라도 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단기 플랫폼 종사자들은 시간·금전적 여유가 없어 쉬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종사자의 평균 월 소득은 192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월 소정근로시간 기준 최저임금이 191만4440원임을 감안하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 인부의 올해 상반기 기준 일일 노임단가는 14만8510원이다. 한 건설업 종사자는 "여름엔 덥고 힘들지만 쉬면 소득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일이 있으면 최대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여름철은 배달 수요가 높은 '피크철'인데 올해는 배달이 전반적으로 불황이라 휴가를 안 가거나 미루는 배달노동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대리운전 수요가 반짝 올랐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안 좋아지고 휴가를 떠난 고객도 많아 다시 업황이 안 좋아졌다"며 "하루라도 더 벌기 위해 휴가 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막상 출근을 해도 일이 없다 보니 생계 유지가 급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일을 쉬면 곧바로 수입에 타격이 오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기에는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지인들과의 휴가 일정을 취소했다는 편의점주 박 모씨(54)는 "아르바이트 구인난 때문에 휴가 기간에 대타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구하더라도 인건비만 하루에 15만원씩 나가기 때문에 하루나 쉬면 다행"이라며 "편의점은 보통 본사 계약 조건 때문에 식당처럼 임의로 문을 닫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28) 역시 "휴가철이어도 월세는 꼬박꼬박 나가고, 식자재 가격 인상, 배달비 부담 때문에 어떻게든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는 게 절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계속되는 고물가 영향으로 휴가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알바천국이 20대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들이 44.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한 20대의 평균 휴가비용은 지난해보다 10만원 오른 56만2000원이었다.
[박홍주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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