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골프회원권 팔라는 공기업 혁신안..그동안 어땠길래

이종혁,송광섭,이희조 2022. 7.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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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50개 공공기관에 '메스'
유휴자산은 매각하거나 임대
중복기능 통폐합·민간에 넘겨
보육·학자금 '과잉 복지' 손질
인력 20% 감축 LH 선례 참고
민영화·구조조정에는 선긋기
코레일 유지보수 이관 검토중
전기안전公은 원격점검 추진
정부가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의결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은 기능·조직 통폐합과 정원 감축, 경비·복리후생 삭감, 불필요·유휴 자산 매각과 임대, 직무급제 전면 확대로 요약된다. 5년간 공무원 정원을 총 5%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전국 350개 공공기관 경영에 수술칼을 들이댄 것이다.

혁신가이드라인은 우선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와 경합하거나 중복된 공공기관의 업무, 비핵심 기능은 축소·통폐합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내년 정원은 원칙적으로 감축한다. 국정과제나 법령 개정 때문에 신규 고용이 필요해도 기존 인력 재배치로 대응한다. 간부직 비율을 줄이고 부서는 간소화하며 본부장·부문장·부행장 같은 유사 직위도 통폐합한다. 지방·해외 조직과 경영지원 조직, 타 기관 파견도 축소한다고 가이드라인은 못 박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선례가 참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임직원 투기 논란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LH는 지난해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거복지·주택 공급을 제외한 공공택지 입지조사, 컨설팅, 경제자유구역사업 등 24개 기능이 국토교통부, 한국국토정보공사(LX), 한국부동산원 같은 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흩어졌다. LH는 이를 통해 전체 인력의 20%가 넘는 2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일부 기관은 이미 고강도 혁신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해 서울 용산 정비창 용지 매각과 함께 시설안전·전기안전단 등 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에 자회사 형태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도 관제는 국토부가 회수하고, 차량 정비의 상당 부분은 민간 기업인 현대로템이 맡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철도 관제부터 운영, 유지보수를 모두 떠안으면서 부실이 심화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이 밖에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비상경영추진실을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출범시키고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달부터는 임직원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고 회식·행사도 자제하도록 했다. 또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사람이 하던 가로등·신호등 등 공공 전기설비 점검을 2033년까지 전면 원격화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민영화와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원을 줄이되 이직과 퇴직 같은 자연 감소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식이다.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은 "공공기관 신규 채용 영향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제도 2년 연장해 내년 말까지 운용한다. 지금도 정원의 5%대로 매년 청년을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의무고용제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매년 정규직 정원의 3% 이상을 만 15~34세 청년으로 새로 고용해야 하는 제도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보유할 필요가 없는 자산이나 사업 변경·지연으로 2년 이상 놀리는 유휴자산, 운영 기준에 위배된 숙소와 사택도 모두 팔아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투자했으나 출자금 회수가 어려울 정도로 손실이 큰 회사 지분도 매각 대상이다. 완전자본잠식이나 투자 손실 50% 이상 등의 사례가 해당된다. 특히 기관들은 골프장 관리·운영 같은 비핵심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하며 콘도·골프 회원권도 매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호화 청사는 팔라"고 지시하면서 업무 공간의 면적도 제한을 받게 됐다. 기관별 1인당 업무면적은 56.53㎡, 기관장은 정부 부처 차관급인 99㎡, 임원진은 국가공무원 1급에 해당하는 50㎡ 이하로 축소한다. 기관장·임원 업무면적 상한은 이번에 신설했다. 기재부가 지난 2개월간 실태조사를 한 결과 기관장 기준 면적을 초과한 기관은 95곳, 임원 기준 면적을 넘긴 기관도 106곳에 달했다. 기관들은 기준을 초과한 업무면적은 물론 업무 연관성이 낮은 수영장·축구장 같은 부대시설도 팔거나 임대해야 한다.

예산은 당장 올 하반기부터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의 10% 이상을 각각 삭감해야 한다. 내년에도 연간 기준 경상경비는 올해 대비 3%, 업무추진비는 10% 이상 줄여야 한다. 임직원 보수는 경제 상황과 공무원 보수를 감안해 책정하되 올해는 동결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직무급제 도입도 전 기관으로 확대한다. 직무와 성과에 따라 급여를 나누는 직무급은 연공 기반 호봉제를 대체해 공공기관 350곳 모두에 도입하겠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지난해 기준 도입률은 6%도 되지 않았다.

복리후생은 국가공무원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을 폐지·조정한다. 현재 무상으로 실시되는 고교 교육비나 영유아 보육비, 해외파견(영어권 국가) 임직원의 자녀 학자금, 사택관리비, 사내 대출 프로그램이 대상이다.

각 공공기관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맞춰 다음달 말까지 주무부처와 기재부에 혁신안을 보고해야 한다. 기재부는 재정관리관이 팀장을 맡는 공공기관 혁신 TF를 구성해 기관별 혁신계획을 확정한다. 다음달 중 재무평가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안이 나오고, 9월에는 민간·공공기관 협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관과 부처의 '혁신 노력과 성과'는 각각 경영평가와 정부 업무평가에 반영한다.

[이종혁 기자 / 송광섭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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