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장 바뀌자 돌연 '물값 청구서'..하이닉스 공장계획 '찬물'
지원방안 합의했지만 뒤집어
"농업용수 고갈로 지역 피해"
여주시, 새로운 상생안 요구
"반도체는 시간이 경쟁력인데
지자체 인허가권 정치적 이용"
◆ 지자체에 발목잡힌 韓반도체 ◆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여주시의 공업용수 지원 반대에 부딪히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탄식했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할 때마다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질적인 악습이 이번에도 재연됐다는 평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시행사인 용인일반산업단지(SPC)는 공업용수 사용을 위해 용인시를 포함해 인근 이천시·여주시 등과 2020년부터 협의를 진행해왔다.
반도체 제조에서 필수적인 인프라스트럭처가 바로 전기와 물이다. 끊김 없는 전력 공급을 위해 송전탑과 별도의 변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필수다. 또 반도체 세척을 위한 대량의 물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전기와 물이 중요하다 보니 과거에도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때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겪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때 겪은 '송전탑 5년 갈등'이다. 당시 평택 사업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서안성과 고덕을 잇는 송전선로가 필요했는데, 안성시 주민들이 극심하게 반대한 것이다. 안성시에 아무런 혜택이 없이 송전선을 위한 길만 내어준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반발했던 것이다. 결국 주민 동의를 얻기까지 5년이 걸렸고, 평택 사업장 건설도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공업용수의 경우 그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 물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이것이 흐르는 별도의 관로를 짓는 것에 대한 주민 반발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PC가 여주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는 과정도 비교적 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공업용수는 57만3000t 수준이다. 여주시에 관로를 매설하고 이후 유지·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여주시민들의 불편이 야기되는 반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여주시에 기여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다. 이 시장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이천은 지난해 지방세만 3800억원을 거뒀고 이보다 규모가 큰 용인의 지방세 세수는 더욱 클 것"이라며 "여주에 대한 지역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지자체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자체장이 인허가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에 손해를 끼치면서 시에 기여하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9월에 본격 착공하더라도 이미 계획보다는 14개월 늦어진 셈"이라며 "미국에서는 계획 수립 6개월 만에 공사를 시작하는 등 전 세계가 반도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여주시의 갑작스러운 반발에 용인시와 경기도, 정부 관계자들도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여주시가 2020년부터 협의해온 사항을 민선 8기 들어 돌연 반대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주시에서 추가 요구 사항이 있어 경기도도 난처한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와 여주시의 입장이 정리가 되면 조율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여주시는 상생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지자체 고유 권한이어서 중앙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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