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전기 몰래 끌어 쓴 '전기 도둑'..한전 직원도 있었네
농업·산업용 계약하고
개인사업장·주택서 사용
적발돼도 추징금 낮아
매년 천건 이상 계약위반
더 저렴한 전기요금을 노리고 실제 용도와 다르게 전기를 사용하는 '계약종별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은 사용 목적에 따라 산업용, 주택용, 일반용(사무실 등), 농사용, 교육용 등으로 분류해 전기요금을 달리하고 있다.
2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계약종별 위반 건수는 지난해 151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357건에 비해 11.7%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검사 횟수가 줄면서 2020년 위반 건수가 급감했지만, 지난해 다시 늘어난 것이다. 계약종별 위반 건수는 2017년 2065건, 2018년 1858건, 2019년 1906건으로 매년 2000건 안팎을 기록해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올해부터는 위반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올 들어 전기요금이 단계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계약종별 위반뿐만 아니라 전기를 몰래 훔쳐 쓰는 '전기 도둑질(도전·盜電)'도 여전하다. 한전은 개조·변조·훼손·조작 등으로 전력 사용량 측정을 방해하거나 계량 장치를 통하지 않고 전기를 사용하는 사례를 도전으로 분류하고 있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17년부터 5년간 약 68억원어치(총 3105건) 전기를 도둑맞았다. 1건당 평균 도전 규모는 약 220만원이다.
특히 이 기간에 한전 직원이 전기 도둑질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한 직원은 배우자 명의로 된 사업장 전력설비를 무단 조작해 5년간 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직원은 11년9개월 동안 본인 소유 주택에서 전기를 무단으로 훔쳐 사용하다 2018년 적발됐다. 하지만 이후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계약종별 위반과 도전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은 각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이나 일반 상가·건물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에 비해 농사용·산업용 전기요금이 많이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여름철 소비전력 1.84킬로와트(㎾) 스탠딩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가동하면 한 달 전기요금으로 주택용은 15만6511원이 나온다. 반면 일반용은 11만9106원이고 산업용과 농사용은 각각 9만7556원, 4만4247원이다.
그러나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약하다. 현재 적발 시 내는 위약금은 면탈요금(미지불액)에 위약추징금(계약종 위반은 2배, 도전은 3배)과 전력산업기반기금·부가세(면탈요금 기준)를 합해 산정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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