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고, 줄이고, 평가하고 공공기관 대수술..
정부가 인력·예산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한다. 민간과 중복되는 기능은 민간으로 넘기고, 조직·인력은 슬림화하며, 예산은 10% 정도 삭감하고, 불필요한 자산과 방만한 복리후생 제도는 정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새정부 들어 9차례 열린 공운위 회의 중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처음으로 직접 주재하는 등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추 부총리는 “공공기관 비효율이 누적돼 국민 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인력은 11만5000명 증가(34.4%)했고 부채는 84조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일반 국민, 공공기관 종사자, 연구자 등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5% 정도가 “공공기관 방만경영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일반 국민의 72%는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각 공공기관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른 각각의 혁신계획을 다음달 중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공운위는 제출된 계획을 검토해 올해 말까지 기관별 혁신계획을 확정한다. 이후 기관별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350개 전체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하반기부터 예산 10% 이상 삭감, 직무급 확산
하반기부터 업무추진비·여비 등 비용 예산의 10% 이상을 삭감한다. 기재부는 7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하반기에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도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줄인다.
유사 수당을 통‧폐합하고, 수당 신설을 억제하는 등 인건비의 효율화도 꾀한다. 임직원 보수는 경제 상황과 공공기관 재무실적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주는 직무급제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현재는 대부분 공공기관들이 연차에 따라 보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는 호봉제를 따르고 있다.
기재부는 직무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향후 경영평가 시 낮은 점수를 부과하고 성과급을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 중이다. 이미 2020년 11월 각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서 직무급을 자율적·단계적으로 도입하도록 노사 합의했기 때문에 더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년 공공기관 정원 감축
기재부는 내년 공공기관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정원과 현원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원 1000 명 조직에서 현원이 900 명이라면 정원을 900명으로 조정한다. 반대로 현원이 1000명이고 정원이 900명이라면 초과 인원 100명은 정년 퇴직 등 자연감소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줄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
신규 채용 감소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전체 정규직의 3% 이상을 채용해야 하는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제는 작년 말 종료 예정이었는데, 내년 말까지 2년 연장했다”고 말했다. 올해 예정된 공공기관 청년인턴 2만2000명 채용도 그대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인력 조정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외 과도한 간부직 비율을 축소한다. 목적·성과가 불분명한 타 기관 파견 인력도 줄인다.
◇민간·지자체로 대체 가능한 사업은 손 뗀다
당초 공공기관이 제공했던 서비스이지만, 민간 부문이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은 축소한다. 휴양림 숙소 운영 등이다. 지방하천 수질 관리, 낙후지역 개발 등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 기능도 공공기관이 손을 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 중인 ‘공공 도심복합사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대체 가능한 업무도 줄일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 등이 거론된다.
필요성이 감소됐지만 기존 조직·인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축소 대상이다. 대단위 간척지 조성, 저축은행 부실자산 회수, 일자리안정자금 운영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골프장 운영 등 공공기관 고유의 목적과 상관 없는 사업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공공기관 혁신 과정에서 노조와 정치권의 반대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야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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