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민트·멜론 넣고 월 3천병 완판.. 서울 한복판 '같이양조장' [味술관]

최지희 기자 2022. 7. 29. 1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⑨ 연희·합정 같이양조장 멜론 막걸리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있는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발(發)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https://youtu.be/ECMh4usy_60

아홉번째 미술관 탐방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같이양조장이다. 2년 전 연희동 외곽에서 시작한 같이양조장은 막걸리에 민트, 멜론, 유자, 매화, 팔각, 홍차 등 색다른 부재료를 넣으면서 주목받았다.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쌀과 누룩, 물로만 막걸리를 빚은 뒤 멜론 과육을 통으로 썰어 넣거나 홍차를 우린 물과 함께 홍차 잎을 넣어 숙성하는 식이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홈술’ 문화의 확산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색다른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같이양조장 막걸리는 ‘줄 서서 사 먹는 술’이 됐다. 지난 2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주류박람회에서도 같이양조장 막걸리는 행사가 끝나기 전 매진됐다.

월 판매량은 3000병가량. 현재는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같이양조장은 2년 만에 연희동 양조장에 이어 합정동 시내에 5층짜리 양조장을 마련했다.

멜론 막걸리를 빚는 모습. /유튜브 '味술관'

◇ 이 양조장은?

같이양조장은 연희동에서 1인 양조장으로 발을 뗀 신생양조장이지만, 이곳의 최우택(39) 대표는 전통주 업계에서 꽤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술을 빚기 시작해 12년간 한 우물만 팠다. 최 대표는 “발효 술은 만들 때마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큰데, 이게 재미”라면서 “주조(酒造)는 작은 규모로도 창작을 할 수 있으니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는 한국전통주연구소 공방을 관리하며 매달 전통주 수십개를 만들어 실험하다 5년 후 같이양조장을 열고 독립했다.

최 대표는 “서울에서 주거지와 상업지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지역을 찾다 보니 연희동이 딱 맞았다”면서 “게다가 연희동은 외국인 학교, 차이나타운, 다양한 주택가 등 다채로운 모습이 공존하고 있어 이를 개성 있는 술로 표현하기 적합하다고 봤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같이양조장에서 최우택 대표가 쌀을 씻고 있다. /유튜브 '味술관'

이곳에서 그는 고문서에 기록된 다양한 옛 술의 주조 방식을 차용해 밑바탕이 되는 막걸리를 빚었다. 여기에 과일부터 식물까지 다양한 부재료를 첨가했다. 그는 “신선한 부재료를 넣어야만 구현해낼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다”면서 “가령 민트를 넣으면 술에서 박하 향을 느낄 수 있고, 멜론을 추가하면 고분자 에스테르 향(과일·꽃 향)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막걸리를 시장에 내놓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소량 생산한 술을 판매하는 날에는 양조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고 각종 술집과 바틀샵에서 납품 문의가 줄을 이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보기에 예쁜 데다 부재료 향 덕에 가볍기 먹기 좋은 술’로 입소문을 탔다. 최 대표는 “운이 좋았다”면서 “코로나로 술 문화가 바뀌는 시기에 연희 막걸리가 나왔고, 양조장 또한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연희동에 있어 여러모로 상황이 잘 맞았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그의 술에 반응하면서 지금은 확장 이전한 합정동 양조장에서 직원 5명과 함께 매일 술을 빚고 있다.

◇ 멜론 막걸리 ‘연희 멜론’ 특징

그래픽=이은현 디자이너

같이양조장은 부재료 특징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술을 빚는다. 민트 막걸리는 쌀을 한 번만 넣어 빚는 단양주, 유자 막걸리는 밑술에 덧술을 더하는 이양주, 멜론 막걸리는 덧술을 두 번 더하는 삼양주 방식으로 빚는 식이다.

멜론 막걸리는 2주가량 냉장 숙성한 멜론이 핵심이다. 덧술을 두 번 더해 1달간 발효시킨 막걸리에 멜론을 통으로 잘라 과육 그대로 넣고 침출시킨다. 갓 발효가 끝난 술의 알코올 도수는 14도 정도인데, 여기에 정제수를 추가해 도수를 10도까지 낮춘다. 멜론 과육이 떠 있는 막걸리를 믹서에 갈고 하루 정도 추가 숙성하면 완성된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같이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짜는 모습. /유튜브 '味술관'

멜론 등 부재료는 대부분 술 발효 후기에 첨가돼 완성된 술에 부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있다. 최 대표는 “발효 과정에서는 다양한 향이 손실되고 맛도 변질하기 쉬운데 부재료를 마지막에 넣으면 재료의 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같이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멜론 막걸리. /유튜브 '味술관'

믹서기에 갓 갈아낸 멜론 막걸리 맛은 마치 과육이 씹히는 듯 해 달짝지근한 ‘막걸리 스무디’를 연상시켰다. 반면 병입 후 3주가 지난 멜론 막걸리는 산미가 다른 맛을 압도할 정도로 혀를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산미가 입안에서 가라앉을 때쯤 은은한 멜론 향이 뒤따라왔다. 계절을 타는 부재료를 넣고 손으로 그때그때 직접 빚는 막걸리인 만큼, 주조 시기와 병입 이후 상태 등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클 수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