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떠나고 초선은 연판장..흔들리는 권성동 원톱체제
배현진 "책임지는 모습" 밝혔지만
비대위 전환 위해 사퇴 결행 중론
초선 32명 성명서 연명 지원사격
권성동도 반대 안해..논의 급물살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대통령 문자 유출’ 사태 여파로 국민의힘 지도 체제가 붕괴 기로에 놓였다. 배현진 의원이 당 최고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했고 뒤이어 초선 의원들의 과반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지도 체제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해석이 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어 내홍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배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며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에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사퇴 이후 지도 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현 지도부 해체와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사퇴를 결행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조수진·윤영석 의원도 최고위원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배 의원 외에는 사퇴하지 않았다. 다만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당을 위해서 언제든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어 지도 체제 정비를 위해 필요하면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수영 의원은 배 의원 사퇴 직후 초선 의원 전원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 ‘최고위원직을 던진 결단을 존중하며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 연명을 받았다. 연판장에는 초선 의원 63명 중 과반인 32명이 참여했으며 박 의원은 이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의 결단이 당을 위한 선당후사의 노력이면 더 이상 모일 필요가 없다”면서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또다시 액션을 취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선 김기현 의원은 ‘권성동 원톱 체제’ 불가론을 또다시 외쳤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당 지도부가 땀 흘리며 일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도리어 부담을 지워드려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며 “지금은 비상 시기다.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 대행 체제를 지지해온 안철수 의원도 이날은 한발 물러섰다. 안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총회 때 권 대표 대행이 재신임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 필요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대표 대행도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대위 전환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최고위 기능 상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현재 지도부 7명 중 과반인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된다는 해석과 모두가 사퇴해야 된다는 주장으로 갈려 있어서다. 권 대표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지도부 총사퇴가 필요조건으로 확정되면 일부 최고위원들의 버티기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親)이준석’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최고위원) 안 그만둔다. 권 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비대위 전환 시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 가능성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그는 CBS 라디오에서 “윤리위원회 결정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다. 만약 비대위로 가면 제명과 같은 효과를 준다”며 “이것은 원래 효력에 맞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인 가처분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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