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유보통합, 교육계선 30년 묵은 '고차방정식'

고유선 2022. 7. 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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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교사자격·처우 통일 관건..주무부처 일원화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정부가 29일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보육 통합) 논의를 재점화하며 출발선상의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려면 교육과 보육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보통합이 교육계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만큼 현 정부에서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어린이집 원아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 만에 물꼬 튼 유보통합 논의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우선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고, 교육 중심의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한 조직·인력·예산 정비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보육비용 재원을 이관해 사용하되 유보통합 이후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치원-어린이집 모두 질 높은 교육·돌봄이 가능하도록 교사·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현행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을 적용받지 않는 0∼2세에 대해서도 교육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관리 주체가 각각 교육부(유치원), 보건복지부(어린이집)로 이원화돼 있다. 유치원의 경우 '교육' 기관으로, 어린이집은 '보육' 기관으로 분류돼왔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은 1990년대부터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그 필요성이 꾸준하게 언급됐던 사안이다.

영·유아에 대한 '교육'보다 '보육'에 초점을 뒀던 1990년대 초반에는 당시 문교부와 보사부·내무부에 산재해 있던 '탁아행정'을 총괄하는 조직을 만들거나, 관리·감독 주체를 보사부로 일원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 사이의 처우 차이가 크고, 주무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영유아까지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 둬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교육과 보육의 관리 주체를 교육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1997년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교육개혁위원회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하고 어린이집을 유아학교에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역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며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보통합이 본격적인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며 급물살을 탄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김동연 당시 국무조정실장(현 경기도지사)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보통합위원회를 꾸리고,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자격증과 처우를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때도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고, 정권 후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유보통합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끝장토론'을 열어 유보통합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고, 국정과제에도 정식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개최한 '유보통합 끝장토론'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사 자격·처우, 시설기준, 주무부처 등 '고차방정식' 풀어야

이처럼 30년간 결론을 맺지 못한 논의를 윤석열 정부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지만 실제로 유보통합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자격 기준과 처우가 다르다는 점이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또는 아동복지학 등 관련 분야)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임용시험을 치러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야 한다.

이에 비해 어린이집 교사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그간 어린이집 교사가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교원 자격증을 주는 방안이 거론돼 왔지만 유아교육계에서는 '특혜'라며 크게 반발해 왔다.

월평균 급여도 통상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집 교사보다 높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전국보육실태조사'와 '2012∼2013년 유아교육연차보고서'를 비교해 살펴본 결과 2011년 기준 국공립 유치원 교사 급여는 월평균 385만원, 사립 유치원 교사는 214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 급여는 평균 188만원,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145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유치원 안팎에서는 보육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어린이집 안팎에서는 자격 통합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시설 기준도 다르다. 유치원은 소음·실내 온도·습도 등 내부환경 기준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 기준을 통일할 경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이 생기거나 보육·교육환경이 하향 평준화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교육과 보육 기능을 통합한다면 관리·감독 주체인 주무부처를 어디로 할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교육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례 등을 참고할 때 교육부가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이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다.

유보통합과 관련해 사전브리핑에 나선 박순애 부총리도 유보통합 추진 주체와 주무부처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박 부총리는 "관리주체가 누가 됐든 유보통합이 돼야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다"며 "우리(교육부) 입장에서는, 정부의 취지가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라서 유치원과 보육을 교육부 품안에 가져가겠다는(교육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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