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상황 악화 속 "최선의 결과 달성해야"..성장률 목표 달성은 포기한 듯

중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 캡쳐

중국 지도부가 사실상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포기한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5.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2분기 성장률이 0.4%까지 떨어지고 상반기 전체 성장률도 2.5%에 그치면서 연간 성장률이 4%를 넘어서기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8일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주최한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하반기 경제 업무에 대해 “전염병을 전면적으로 예방하고 경제를 안정·발전시켜야 한다”며 “경제 회복세를 공고히 하고 가장 좋은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인민일보가 2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전염병 예방·통제와 경제사회 발전 업무를 효율적으로 총괄해야 한다”며 “인민 지상, 생명 지상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고 거시 정책에 있어서는 수요 확대에 적극 나서며 재정통화정책은 사회적 수요 부족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풍부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상반기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로 큰 경제적 충격을 가져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 주석은 또 경제적 목표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가장 좋은 결과’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다. 이는 사실상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 포기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도 현실적으로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힘들어졌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시 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중국 지도부는 하반기 경제 업무에 대해 “고용과 물가 안정에 힘쓰고 경제를 합리적인 구간에서 유지해 가장 좋은 결과를 달성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9일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와의 화상대화에서 “고용이 상대적으로 충분하고 가계소득이 증가하며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성장률이 다소 높거나 낮아도 용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고용과 물가 안정에 주력하며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중국은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친 만큼 올해 5.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적어도 7~8%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3·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1%포인트 낮아진 3.3%로 하향 조정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