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사퇴에 흔들리는 '권성동 원톱'..與 비대위 가능성은(종합)
리더십 타격 입은 권성동 겨냥했나
권성동 "비대위 전환, 기조국 유권 해석 필요"
최고위원 중 정미경·김용태는 사퇴 부정적
친윤(親尹)계로 꼽히는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이준석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으며 들어선 ‘권성동 원톱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배 의원이 사퇴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권 대행은 최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윤석열 대통령 문자 노출’ 등 잇단 실수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배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가 당내 역학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배현진 “尹정부 출범 80일 되도록 與, 국민들 기대감 충족 못 시켜줘”
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저희(국민의힘)가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에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며 “제 개인이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다른 최고위원들과 사퇴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결정한 건 아니다. 이준대표의 공백사태, 궐위가 생길 때부터 고민을 해왔다”며 “고민의 순간은 길었지만 오히려 결단하고 국민들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시점이 많이 늦은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은 권 대행의 사퇴와 비대위 전환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 권성동 “최고위원 일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 구성된 사례 없어”
다만 배 의원의 사퇴에도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조건에서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권 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공정한나라 창립 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로 가려면 최고위원이 총사퇴해야 가능하다는 얘기와 최고위 재적 인원의 과반인 4명 이상 사퇴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배 의원 이외에 현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최고위원이 사퇴하더라도, 이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동조하지 않으면 비대위 전환은 불가능하다. 다만 권 대행은 “당 기획조정국에 (물어봐야 한다). 당헌당규상으로는 기조국에 좀 더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아직 그렇게는(해석 요청은) 안 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이 이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며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총 9명 중 2명이 공석이 됐다. 당대표인 이준석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로 사고를 자리를 비운 상태다. 이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최고위원을 포함한 6명의 최고위원의 의사에 관심이 몰린다.
◇조수진 사퇴 가능성 제기…정미경·김용태는 부정적
아직까지 배 최고위원 외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다만 조수진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제가 분명히 ‘비대위로 가려면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고 여기서도 드린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 측은 이날 오전 언론에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당을 위해서 언제든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위원직 사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고위원들이 자진사퇴하는 방식으로 지도부를 붕괴시키고 비대위로 가든, 조기 전대로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꼼수다. 꼼수라고 보여질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총사퇴 얘기는 없었고 배 최고위원 혼자 사퇴한 것이다. (배 최고위원 사퇴가) 들불이 될지 쪽불이 될지 모른다”면서 “나는 (최고위원) 안 그만둔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당헌당규에 명시된 게 없어서 정치권에서 오래된 싸움거리이고 해석의 문제인데, 대법원 판례는 (최고위원이) 총사퇴해야 최고위 기능 상실로 본다”며 “1명이 남아도 원칙적으로는 최고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與 초선의원, 성명 내고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하기도
지도체제 전환에 대한 당 지도부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종료하고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선의원들은 이날 오전 ‘초선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오늘 당의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현진 의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권 대행의 메시지가 공개된 사건을 언급하며 “이틀 전에는 대통령과 당 대표 직무대행의 사적인 SNS 메시지까지 공개되는 등 사태로 원내대표가 잇달아 3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초선의원들은 “비대위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원 여러분은 당을 살리려는 초선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초선의원 전체인 63명이 모두가 동참한 것은 아닌 걸로 알려지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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