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행안부 경찰국장 '비 경찰대' 김순호 치안감 임명
행정안전부에 신설되는 경찰국의 초대 국장으로 김순호 치안감(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이 임명됐다.
행안부는 김순호 치안감을 초대 행안부 경찰국장에 임명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순호 신임 경찰국장은 경찰국이 출범하는 다음 달 2일부터 경찰국 근무를 시작한다.
김 치안감은 임명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 생활을 하며 많은 보직을 받아봤지만, 가장 부담이 큰 게 아닌가 싶다”며 “그럼에도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경찰국장으로) 가게 된 걸 숙명으로 받아들여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과 경찰 동료들께서 무엇을 염려하고 우려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 지금의 초심 잃지 않고 경찰이 국민의 경찰로 더욱 전진하는 데 디딤돌이 되는 경찰국이 되도록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 치안감은 1989년 경장 경력경쟁채용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방배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찰청 감찰담당관,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장, 경기수원남부경찰서장 등을 거쳤다. 현재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이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장을 맡고 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확정된 뒤 김 치안감은 가장 유력한 초대 경찰국장으로 꼽혀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8일 오전 행안부·경찰청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순호 치안감도 유력한 (경찰국장)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 치안감은 이 장관이 구상하고 있는 경찰국장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치안감은 비 경찰대 출신으로 주로 보안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장에는 비 경찰대 출신을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장관은 지난 26일 대통령 업무보고 브리핑에서는 수사 개입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수사 분야에 오래 있던 인사도 피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내 경찰국은 국장을 포함해 16명으로 구성된다. 행안부는 다음 달 1일까지 경찰국 내 신설되는 3개과 인사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가 생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총괄지원과는 행안부에서 맡고 인사과와 자치경찰과는 경찰대와 비(非)경찰대로 골고루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경찰국은 인선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2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경찰국은 출범 직후 다음 달로 예정된 경무관(일반 공무원 3급 상당) 전보 인사 준비에 들어간다. 경찰국은 올 연말 있을 총경 승진 대상자를 검토하는 작업도 함께 시작한다.
행안부 경찰국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됐다. 윤석열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커진 경찰 권한을 통제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 정부가 대통령실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애 경찰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도 행안부 경찰국 신설의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면서 과거 청와대와 경찰이 ‘직거래’를 하며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경찰국 신설은 경찰 안팎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권이 경찰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찰이 내무부(현 행안부) 아래 치안본부 형태로 있으면서 권력의 손발이 되었던 1991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현행 법령으로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경찰 간부들은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를 열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총경회의를 두고 과거 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빗대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이후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을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확정됐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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