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김도읍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원장의 발언에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도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발언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을 지원하고 있음을 시인한 발언”이라며 최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조 의원은 “여기서 거의 모든 결정과 행동이 설명이 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게 감사원의 역할인가. 제가 약간 지금 충격이 왔다”고 당혹감을 표했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하에 두도록 돼있다.
조 의원은 “감사원은 대나무처럼 꼿꼿해야 하는데 갈대처럼 흔들흔들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무줄처럼 더 흔들흔들한다”며 “어떻게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사원에 예산과 인력 그리고 여러 제도의 독립성은 왜 준 건가”라며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준 건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하나”라고 물었다.
최 원장은 “감사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잘 되도록 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한다”며 “30년 동안 감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감사를 통해 정부도 잘 된다. 정부가 잘 됨으로써 국가가 잘 되고 국민이 잘 살게 되는 역할을 하는 게 감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최 원장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저도 귀를 좀 의심케 하는데 조정훈 위원의 질의 때 답변을 충분하게 못 하신 것 같다”며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발언했나. 아니면 또 여기에 대해서 달리 할 말이 없나”라고 물었다. 이에 조 의원이 최 원장의 발언을 수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냐는 취지로 따지자 김 위원장은 “(최 원장이)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도 되어 있지 않은 발언을 했길래 저도 한번 확인을 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재차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감사원이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냐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야당은 최 원장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을 오래 봐 왔는데 실망했다”며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상 독립한다는 말을 잘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왜 그렇게 됐나”라며 “많은 감사원 직원들이 ‘최 원장이 유병호 사무총장 뒤에 숨어 있다’고 쑥덕거리는 얘기 들어보셨나”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귀도 닫고 계시는군요”라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관련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해양경찰청 간부들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고,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으로 KBS와 방송통신위원회, ‘복무기강 해이’를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등에 착수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추가 조사에 대해 시사를 하는 발언이 있고 나서 4시간 뒤에 감사원에서 감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대해서도 권 의원은 “27일 정무위에서 소위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실세 위원이 ‘감사원에 권익위 감사 의뢰를 하겠다’고 했다”며 “정권의 시각에서 과거를 무차별 뒤지겠다 이렇게 읽고 있다. 이거야말로 청구, 표적, 작전 감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보도가 나온 걸 보고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했다”며 “대통령 발언과는 상관없이 저희들이 판단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감사원이 전방위 감사로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정치보복을 지원하고 있음을 시인한 발언”이라며 “최 원장은 감사원의 존재이유를 부정한 발언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감사원이 독립적 기관으로 올바른 감사를 하는 대신 ‘대통령의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데 대해 국민께서 납득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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