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재고떨이', 美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불러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2. 7. 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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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은 기업들의 ‘재고떨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고에 쌓인 물건이 팔려도 더 채워놓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소비 둔화 조짐은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기업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0.9%라고 밝히며 “수출 증가의 상당부분은 민간기업 재고 투자 감소가 상쇄했다”며 “정부지출과 주택건설지출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 기업 ‘재고떨이’가 주범

상무부에 따르면 GDP 감소에 가장 영향을 준 것은 민간기업 재고투자로 성장률에 -2.1%포인트 감소효과를 가져왔다. 슈퍼마켓 창고에 있던 물건이 팔려도 더 주문하지 않고, 냉장고 공장에서 만든 냉장고가 팔려도 더 생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려 하지 않았다면 2분기 플러스 성장도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왜 기업들은 재고를 줄였을까. 최근 월마트는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것 같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하는 실적 가이던스를 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3~14%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월마트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사느라 옷과 같은 다른 물건은 사지 않는다”며 “의류 마진을 줄여서 재고 떨이를 하느라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세계 최대 가전 유통업체로 꼽히는 베스트바이도 27일 실적 악화를 예고하는 가이던스를 냈다. 2분기 점포 매출이 13% 줄어들 것이란 의미다. 코리 배리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가전 수요는 특히 감소 경향이 도드라진다”며 실적 악화 이유를 밝혔다. 베스트바이 매출 감소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가전 생산과 재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소비자 지출 둔화→재고 과잉→바겐세일→추가 투자 감소’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베스트바이의 1분기 기준 재고회전일수(재고가 팔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4일로 예년(60일)보다 크게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전년 동기 대비 2주 정도 더 길어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 불붙는 경기침체 논란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측은 지난해 말에 공급망 위축을 겪은 기업들이 재고를 과잉 축적해 일시적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생긴 감소로 해석하고 있다. 2020년 공급 충격과 2021년 경기 과열로 인해 기업이 재고 예측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 언론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민감한 분야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를 더한다고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승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주택건설지출 감소가 GDP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소비지출은 GDP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는데 기여했지만 1분기의 1.8%포인트에 비해 감소해 소비가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2분기 GDP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구매력을 악화시키고, 연준의 긴축정책이 금리에 민감한 주택시장 등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미국이 언제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인지에 논란이 일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주요 기업 CEO와 경제현안회의를 갖고 “미국 경제가 고성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라며 “SK그룹이 미국에 2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 경제가 탄력적이고 강하다는 것”이라고 경기침체에 선을 긋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의 약화이며,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경제 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코닝 등의 CEO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난 18개월 동안 워낙 경기가 좋았다”면서도 일부 소비가 둔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웬델 윅슨 코닝 CEO는 “태양광 분야 수요는 매우 강하지만 스마트폰, TV에 쓰이는 글라스 판매량 등을 살펴보면 소비자 측면에서 수요가 둔화되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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