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 계열사 모두 통합한다.. "한국형 록히드마틴 도약"

한화그룹 사옥.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으로 통합한다. 지주회사인 (주)한화도 일부 계열사를 인수하며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다. 유사 사업군을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화그룹은 29일 한화 방산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로 분산된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국산 최초로 발사에 성공한 우주선 ‘누리호’의 엔진을 제작한 곳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 제작 기술을 가진 항공·우주 전문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방산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방산업계에서는 국내에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가를 낮추고 서로 호환할 수 있는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종합방산기업이 등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날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재편안은 항공기술을 주력으로 하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이지스레이더 등도 함께 개발하는 종합방산기업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유사하다는 평가까지 있다. 한화 측은 “규모의 성장과 함께 제품을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그룹 지주사인 한화도 사업 구조를 대폭 조정한다. 3개 사업부문(글로벌·방산·모멘텀) 중 방산을 떼어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넘기고,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받아온다. 또한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까지 흡수합병해 사업부문은 글로벌과 모멘텀, 건설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한화정밀기계 인수를 통해 반도체 및 2차전지 소재·장비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서 기존에 하고 있던 2차전지·태양광 장비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에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장비, LED 칩 마운터 역량이 더해지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공정 장비 분야 전문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하기로 했다. 산업용 공기·가스압축기 등 에너지장비 전문기업인 한화파워시스템의 합류로 한화임팩트는 수소사업 방면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화(방산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등 3사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화그룹은 유사 사업군 통합 등 사업 재편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난 2020년 한화케미칼은 태양광·소재사업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꾼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화솔루션이 100% 자회사로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앞서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전격 인수한 뒤 사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으로 바꾸는 등 방산과 우주항공 사업을 키워냈다. 이듬해에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까지 인수해 국내 방산업계 독보적 입지를 굳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