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행 신고에도.. "관할 아니다" 3차례 접수 거부한 경찰서
법조계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 업무부담 늘어나 생긴 일"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1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남성 직장 동료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인천의 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시키려다 거절당했다. A씨가 이 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이유는 사는 곳이 해당 경찰서 인근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찰서 민원실의 경찰관은 “사건 발생지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 피해 신고가 있는 경우 관할 여부를 불문하고 일단 사건을 접수해야 하고, 관할권이 없으면 관할권이 있는 경찰서로 이송하게 돼 있다.
A씨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고소장을 내려다 거절당했고, 지난 25일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서울 금천구의 금천경찰서에 등기우편으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고 한다. A씨는 “집 근처에 있는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시키려 했는데 거절당해 황당했다”고 했다. A씨로서는 사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이후 A씨는 고소장 접수를 거절했던 인천의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그런 사실을 알렸고 “해당 사건은 우편이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렇게 안내를 한 것”이란 해명이 돌아왔다. 하지만 A씨는 그런 안내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여러 건 있다. 작년 3월 충북 충주 중앙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취객으로부터 폭행당한 택시기사의 신고에 대해 “우리 관할이 아니라 출동할 수 없다”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한 시민의 신고를 받은 고속도로 순찰대가 음주운전 차량을 쫓다가 차량이 국도로 달아나자 추적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법조인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고소·고발 접수가 느는 등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빚어진 현상 같다”고 했다. 선진법률사무소의 박주연 변호사는 “고소장 접수도 하지 않고 반려한 경찰에 대해 대법원도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고 했다.
A씨의 접수를 거부했던 인천의 경찰서 측은 “해당 수사관이 절차 설명이 미흡했던 부분은 추가 교육을 실시해 앞으로 민원인들의 불편이 없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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