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약 주나""쿠데타로 몰아붙이더니"..윤 대통령 지구대 방문에 일선 경찰들 분통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겉으론 웃고 있었을지 몰라도 속은 썩어 있었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사전 예고없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하자 경찰 내부에선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곳곳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지 채 며칠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대통령의 ‘기습 방문’에 냉소적인 반응도 쏟아졌다.
한 경찰관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로 경찰 조직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대통령으로서 사과는 못해도 설명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촌지구대를 찾아 경찰의 치안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내달 2일 경찰국 출범을 앞두고 치안 현장 최일선을 찾아 ‘경찰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총경 회의 등 경찰의 집단 반발에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며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복 공무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를 개선해나가는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대한 경찰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서울 관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전날 윤 대통령이 지구대를 방문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경찰 내부망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며 “그동안은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더니 목표한 경찰국 신설이 확정되자 사탕이라도 물려주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부산 지역 한 경찰관도 “제도와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했다는데,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인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 같은 것은 왜 안 지키는지 설명이라도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부와 일선 경찰 사이의 갈등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타격을 끼쳤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부정 평가 이유에 ‘경찰국 신설’(4%) 문제가 새롭게 추가됐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세종을 시작으로, 29일 광주·전남·대전·울산·경기북부·충남·전북·경북에서 경찰국 신설 등과 관련해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은 서울·부산·대구·인천·경기남부·강원·충북·경남·제주 지역에서 경찰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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