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울린 여행업 노동자, '코로나 풀려서' 한번 더 운다고?

조해람 기자 2022. 7. 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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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인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버스정류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성동훈 기자

코로나19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휴가철이 겹치면서 그간 꽁꽁 묶였던 여행·여가 산업에 활기가 돌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허덕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 감축됐던 인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다. 사측의 고통을 분담한다며 낮은 처우를 견뎌 왔는데, 최근 관련 산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일이 늘었는데도 처우는 그대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고속버스부터 공항까지 여객업 종사자들이 낮은 처우와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6일 사측의 임금 동결 시도에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한 동부고속 버스기사들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터미널을 찾아 임금 상승과 공공버스기사 과로 해소 등을 촉구했다. 동부고속은 서울과 강원도 동해안을 오가는 노선을 중점으로 운영한다. 최근 거리두기 해제와 휴가철이 겹치면서 일감이 폭증했지만, 사측이 임금교섭에서 이전보다 못한 임금안을 가져왔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회사 사정 어려움을 핑계로 3년째 모든 고통을 버스운전기사에게 전가하며 불합리한 임금구조와 단체협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운행을 멈춘 동부고속 버스들이 주차돼있다. 연합뉴스

공항 노동자들도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금지된 동안 인력이 줄었지만,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이용객이 늘었는데 적은 인원에게 일이 몰렸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은 2021년 6월 24만7000여명에서 올해 6월 127만9000여명으로 418.5% 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노동자 고용안정쟁취투쟁본부’가 인천국제공항 현장직 노동자 7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인 53.4%는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일이 힘들다’고 답했다. 지금 가장 힘든 것(복수응답)으로는 ‘1인당 작업량·횟수 증가’(62.1%), ‘연차 사용이 어려운 상황’(40.5%), ‘식사 및 휴게시간 지키기 어려움’(33.6%), ‘연장·초과근무 증가’(28.3%) 등이 꼽혔다. 응답자 74.9%는 항공업 회복 과정에서 ‘인력부족과 안전위험’이 가장 걱정된다고 답했다.

노조는 “정부가 막대한 정책자금을 항공산업에 쏟아부었지만 노동자들은 고통을 감내해왔고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누적은 노동안전과 이용객 안전에 악화”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공항 관계자는 “현재 3개 자회사 정원 9700명 중 1030명이 결원이나 현재 약 448명을 채용 중”이라며 “작년에 비교하면 승객이 4배 늘었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아직 20~30% 수준”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주차장이 여행객들의 차량들로 꽉 차 있다. 연합뉴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공항에서는 수하물 분실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언론 빌트는 지난 20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이 공항 이용객들에게 분실 방지를 위해 색깔이 있는 캐리어를 사용하고 스티커를 붙여 달라는 공지를 했다고 전했다. 빌트는 공항의 이 같은 조치에 공항 이용객들이 ‘관리 책임을 이용자 개인에게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공항은 팬데믹 기간 4000명의 노동자를 줄였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력 부족으로 대란에 빠진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의 요청에 런던발 항공권 판매를 중단했다.

영화관 노동자들도 한때 관객이 몰리면서 고초를 겪었다.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의 영화상영업 부문 직원은 2019년 9월 기준 6732명이었지만 지난해 3월에는 3010명으로 줄었다. 영화관 거리두기는 지난 4월18일 해제됐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은 3216명(지난 3월 기준)에 그쳤다. 영화관 직원들이 화장실도 못 가며 일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만 젊은층의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특성상 최근에는 인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CGV 관계자는 “지난 4~5월에는 예상치보다 많은 관객이 몰렸고, 대학생들의 중간고사도 걸쳐서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지금은 구인난이 해소됐다”고 했다.

지난 6월의 주말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가 위기 때는 서둘러 인력을 줄이고 처우도 동결하지만, 막상 위기를 벗어난 뒤 인력·처우 회복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일어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15년부터 계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의 30%를 깎였는데, 최근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았는데도 사측이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20년 이상 숙련공의 시급이 1만원을 겨우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는 51일간의 파업 끝에 임금 4.5% 인상에 합의했다.

지난 18일 사측의 부당해고와 800일간 싸운 끝에 복직한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첫 해고자였다. 인천공항의 재하청업체에서 일하던 김 지부장 등은 2020년 5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해고당했지만, 공항 이용객이 돌아오는데도 김 지부장을 제외한 다른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고자 신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이나 대기업은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 충격에 대처 여력이 있겠지만 비정규나 저소득 노동자 등 고용 불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 상황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확진자 수도 다시 증가 추세이고, 금리인상과 환율 등 경기 변수가 많다 보니 인력을 감축하거나 줄였던 곳도 그 변수를 이유로 고용 회복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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