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품은 알록달록 폐타이어, 폐부표로 만든 '바담깨비' 눈길

백나용 2022. 7. 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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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양모(35) 씨는 29일 오전 제주시보건소에서 연북로 방면 도로를 이용해 출근하다 도로변에 자리 잡은 화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시 오라동과 외도동, 서귀포시 남원읍 등 제주 곳곳에 폐타이어를 활용한 화분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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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화분, 담배꽁초통으로 재활용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직장인 양모(35) 씨는 29일 오전 제주시보건소에서 연북로 방면 도로를 이용해 출근하다 도로변에 자리 잡은 화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폐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화분 [제주시 오라동주민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존 도로변에 설치된 대형 화분과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어느 날부턴가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자세히 보니 폐타이어에 색을 칠해 만든 화분이었다"며 "누가 만들었는지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출퇴근 시간 제법 막히는 도로인데 알록달록한 폐타이어 화분 덕에 눈이 즐겁다"고 말했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시 오라동과 외도동, 서귀포시 남원읍 등 제주 곳곳에 폐타이어를 활용한 화분이 설치됐다.

각 주민센터와 마을공동체 아이디어로 탄생한 폐타이어 화분은 꽃이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듯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폐타이어를 활용해 화분을 만들게 됐을까.

박창훈 오라동주민센터 주무관은 "쓰레기도 잘만 활용하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폐타이어를 활용해보고자 했다"며 "특히 폐타이어는 절단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어 변형 없이 사용하는 방법을 찾다 화분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폐타이어는 화분을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다.

제주시 오라동지역 도로변에 설치된 폐타이어에 꽃을 심는 봉사자들 [제주시 오라동주민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라동 지역에 설치된 폐타이어 화분을 만든 정봉수 삼이그린 대표(59)는 "폐타이어는 카센터에서 공짜로 받아온다. 폐타이어는 처리할 때 비용이 발생해 카센터에서도 가져가겠다고 하면 흔쾌히 내어준다"며 "가져온 폐타이어에 페인트로 색을 칠하고 애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려 넣으면 화분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된 폐타이어 화분은 그 속에 흙을 담고 꽃을 심어 활용하면 된다. 폐타이어 화분은 만드는 데 페인트 비용밖에 들지 않고,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원읍도 일주동로에 이 같은 방법으로 만든 폐타이어 화분을 설치했다. 남원읍은 채색 후 그림 대신 폐타이어 윗부분을 삐쭉 빼쭉하게 자른 후 활짝 벌려 해바라기 모양을 만들었다.

외도동 마을공동체 'The 아랑졸디('알아두면 좋은 곳'을 의미하는 제주어)'도 어린이와 함께 만든 폐타이어 화분을 외도다목적생활문화센터에 설치하고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알록달록한 색을 입고 새로운 쓰임을 찾은 것이 비단 폐타이어만은 아니다.

바담깨비 [제주지역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와 조천함덕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깜찍한 모습의 '바담깨비'를 볼 수 있다.

바담깨비는 바다 플로깅(조깅·산책하며 쓰레기 줍기)으로 모은 폐부표를 이용해 만든 담배꽁초 휴지통이다. '바다에서 온 담배꽁초를 먹는 도깨비'를 줄인 말이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시민 봉사자와 함께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설치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경아 대표는 "지난해 어린이 봉사자들과 함께 도로 면의 빗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 침수를 예방하는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치우고 주변에 캠페인 문구를 붙였다"며 "하지만 다음날 가보니 그 빗물받이에 또다시 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버릴 데가 마땅치 않아서가 아니겠느냔 생각이 들어 바담깨비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담깨비는 현재 제주지역 GS편의점 20곳에도 설치됐다. 이 단체는 조만간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안산책로에도 바담깨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민원 우려 탓에 해안도로가 아닌 도심 지역에서는 바담깨비 설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는 바담깨비 관리가 가능한 개인 빌라 등 민간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설치하려고 한다.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시 조천함덕해안도로에 설치된 바담깨비에 버려진 담배꽁초 [제주지역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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