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또 대만 문제로 충돌..펠로시 대만방문이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개월여만에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로 또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시 주석은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강경한 언사로 맞섰다. 다만 두 정상은 첫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하는 등 지속적인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향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가 향후 양국 관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28일(현지시간) 2시간20분에 걸친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양국 관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지만 주된 화두는 대만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세력에게든 어떠한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하는 것은 14억여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민의는 거스를 수 없으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자신이 불에 타 죽는다”면서 “미국 측이 이 점을 똑똑히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영상 대화에서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별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대화에 대해 “대만 문제에서 솔직하고 직접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 주석이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지난해 11월 대화에서도 비슷한 언어를 사용했다”며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은유에 대해 분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경제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와 가정에 해를 끼치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 문제에 대한 우려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이 반도체 동맹 등을 통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 19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8월에 대만 방문을 추진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이후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두 정상은 이날 대만 문제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으나 첫 대면 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자는 데 합의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두 정상은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차가 있지만 지난 40년간 이를 잘 관리해왔으며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두 정상은 솔직하게 이견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협력 의사를 밝혔다”며 “통화 자체가 긍정적 신호이며 이런 정상간 상호작용이 양국 관계와 세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가 향후 양국 관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과 NBC방송은 펠로시 의장이 29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순방에 나서기로 했으나 대만 방문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순방국에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포함돼 있으며 대만에 대해서는 “잠정적”이라고 표시돼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펠로시 의장의 순방 대상에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포함돼 있으며 대만 방분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정상 통화 후에도 관심은 여전히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갈지 여부에 집중돼 있다”며 “그가 대만 방문을 포기하면 양국 정상 대화의 중요한 성과가 되고 중·미 관계의 안정기가 마련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양국 관계가 크게 손상되고 세계 정치·경제 상황에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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