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지지 공들이는 서방..러와 아프리카 쟁탈전

김태규 2022. 7. 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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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러, 순방 후 佛 마크롱 3개국 순방…美 특사도 순방 예정
마크롱, 아프리카 '위선' 비난…식량 위기 러 책임 설득도
WP "프랑스, 노련한 러시아 외교와 뚜렷하게 대조"

[코토누(베냉)=AP/뉴시스]서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두 번째 순방국인 베냉 코토누를 방문해 파트리스 탈론 대통령(오른쪽)과 걷고 있다. 2022.07.27.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서방과 러시아가 앞다퉈 방문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발적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였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부터 닷새간 이집트·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카메룬을 시작으로 베냉, 기니비사우 등 서아프리카 3개국 순방 중에 있다. 마이크 해머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지역 미국 특사도 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 순방을 예정하고 있는 등 러시아와 서방이 아프리카를 잇따라 찾고 있다.

서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나선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6일 첫 순방지 카메룬에서 열린 폴 비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규탄에 중립을 지킨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위선적"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쟁이라는 점을 결정적으로 확인했지만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외교적 압력 때문에 (러시아 침공을) 전쟁이라 부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나는 그동안 이런 아프리카 대륙의 이런 위선적 모습을 매우 많이 봐왔다"고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3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과 즉각적 철군을 요구한 결의문에 아프리카 많은 국가들이 기권표를 던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전 세계 141개국이 결의문 채택으로 우크라이나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반면, 아프리카는 54개국 가운데 25개국이 기권표를 던졌다. 아프리카 절반 가량이 기권으로 표면적 중립을 지켰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서방에 대한 반감을 상쇄시키기 위한 설득 노력도 병행했다. 현재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와 고통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아프리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유럽의 대러 경제 제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는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려는 의도였을 뿐, 아프리카를 고통에 빠뜨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 농업에 대한 지역 내 투자를 장려할 것"이라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쟁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프리카 순방에서 보여준 마크롱 대통령의 태도는 앞서 아프리카를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뚜렷하게 대조된다고 WP는 평가했다.

[카이로=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연맹(AL) 회원국 대표들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2022.07.25.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4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이집트·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쳤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에 감사를 표하는 등 환심을 사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순방 전 각 나라 신문사 기고문에서 국제사회의 대(對)러 제재 요구에 중립을 지킨 아프리카를 선택을 두고 "그들이 보여준 독립적인 길은 깊은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전례 없는 외부의 압력 속에서 보여준 아프리카인의 배려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순방 기간 미국 등 서방이 과거 식민지 정책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착취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들은 식민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서방과의 반(反) 연대 전선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 과정에서 서방이 현재 부(富)를 축적한 과정을 빗대 '황금의 억만장자'라고 꼬집기도 했다. 냉전시대 식민지를 두지 않았던 옛 소련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자칫 서방으로 결속할 수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붙잡아 두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프랑스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분파인 사하라지부(ISGS) 테러 저지를 위해 활약해온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ISGS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북부 사헬지대에서 각국 군인, 민간인에 테러를 일삼아왔고, 프랑스군이 이를 격퇴해 평화를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사헬 지대를 유럽을 노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의 근거지로 보고 2013년 4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테러 격퇴 작전인 '바르칸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두 번째 순방국인 베냉에서 "러시아는 마지막 제국이자 식민지 강국 중 하나였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땅에서 사라진 영토 전쟁이며, 20세기에 사라진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마틴 키마니 케냐 대사는 "이러한 상황(러시아와 서방의 구애)들은 아프리카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케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국주의의 종말에 의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앞서 키마니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또다른 식민주의 야망에 비유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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