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과학 이야기]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를 소개합니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 2022. 7. 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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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반 동안 최대 156만km 지점까지 갔다가 달 궤도 진입..1년 간 과학 임무 수행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우리나라가 만든 우주 탐사체가 처음으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로 향한다. 달 탐사선 '다누리'가 내달 5일 달을 향한 4개월 간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성공 이후 한국의 우주 도전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서는 셈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달과 우주 탐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우주 연구 강화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다누리에 관한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 대한민국, 달로 향하다

Q. 다누리가 뭐야? 달을 탐사한다며?

A. 다누리는 달 궤도를 돌며 달을 관측하는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 탐사체야. (달에 착륙하지는 않아.) 2016년부터 2천 367억원을 투입한 '한국형 달 궤도선(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 사업의 결과물이지. 국민 공모를 거쳐 지난 5월 '다누리'로 이름을 정했어. 크기는 2.14×1.82×2.19m, 무게는 678㎏이야.

올해 8월 발사를 앞둔 다누리가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 중이다 (자료=항우연)

다누리는 달 관측을 위한 6개의 탑재체를 싣고 1년 간 임무를 수행하게 돼.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달 탐사선 보유 국가가 되는 거야. 참고로 누리호도 세계 7번째 실용위성탑재급 발사체였지.

Q. 누리호에 싣고 발사하는 건가? 한국형 발사체! 세계 7대 우주 강국!

A. 그렇진 않아. 누리호는 아직 개발 과정에 있어. 지난 6월 누리호 2차 발사까지는 시범 사업이었고, 이제 누리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고도화 사업이 진행될 거야. 또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는 중이야.

다누리는 미국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거야.

Q. 그게 다음 주라는 거지?

A. 원래 우리시간 8월 3일 아침 발사 예정이었는데, 팰컨9에 추가 점검할 일이 생겨 5일로 늦춰졌어. 5일 아침 8시 8분 발사 예정이야.

7월 5일 다누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사장 이송을 위해 이송차량에 실렸다. (자료=항우연)

다누리는 지난 5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발사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로 옮겨졌어. 다누리는 현재 모든 발사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야.

■ 156만㎞ 지점까지 멀어졌다 돌아오는 대장정 시작된다

Q. 발사와 운행에 문제는 없을까?

A. 변수는 항상 있지. 지난번 누리호도 발사 일정을 두번 미뤘잖아. 스폐이스X도 얼마 전 위성 발사 임무를 할 때 이륙 직전에 발사를 취소하기도 했어.

그래도 스페이스X가 경험이 많으니 발사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가정하면, 관건은 다누리가 발사체에서 분리된 후 달까지 가는 동안 수행할 최대 9번의 궤도 진입 및 수정 기동이 될 거야.

다누리는 발사 후 4개월 반 동안 달 궤도를 지나 최대 156만㎞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달 궤도로 돌아올 거야. 비행 과정에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다누리의 움직임을 지상에서 잘 제어해 주어야 해.

Q. 역시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려면... 잠깐, 달에 가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A.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38만㎞야. 직선으로 날아가면 사흘이면 가지. 그런데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BLT,Ballistic Lunar Transfer) 방식으로 가기로 했어. 행성 간 중력을 활용해 비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다누리는 달 궤도를 벗어나 태양 쪽으로 가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에서 다시 궤도를 틀어 멀리 돌아 12월에 달 궤도로 진입할 거야.

다누리 발사 후 달 궤도선 전이궤적 및 달 궤도 진입 과정 (자료=과기정통부)

이렇게 하면 다른 방식에 비해 연료 소모를 25% 줄일 수 있고, 통신이나 제어를 시험하고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Q. 그래도 너무 긴 거 같아. 이렇게 하는 이유가 또 있어?

A. 미국이 다누리에 영구음영지역 카메라, 일명 '쉐도우캠'이라는 자기네 관측 장비를 실어 달라고 요청했어. 덕분에 다누리 무게가 처음 생각했던 550㎏에서 678㎏으로 늘어났지. 이러면 연료를 넣을 공간이 줄어드는 등 전체적 구조나 운행 조건에 변화가 생겨.

그래서 장비를 더 싣는 대신 적은 연료로 돌아가는 방식을 택한 거야.

■ 6개 관측 장비로 달과 우주 신비 풀어간다

Q. 쉐도우캠이 중요한 장비야?

A. 쉐도우캠은 1년 내내 햇빛이 들지 않는 달의 남극과 북극 음영 지역을 관찰하기 위해 만든 장비야. 과학자들은 달의 극지방에 물이 얼음 형태로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거든.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에 사람을 보내고 장기적으로 달 기지도 건설할 생각인데, 그럴려면 물을 구하기 쉬워야 한다는게 중요한 입지 조건 중 하나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따른 미국 달 기지 상상도 (자료=NASA)

다누리에 실린 쉐도우캠에서 나올 데이터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한 착륙지 선정이나 탐사 후보지 탐색, 기지 입지 선정 등에 활용될 수 있어. 그래서 세계 과학계도 주목하는 장비야. 기존 모델보다 200배나 성능을 높였다고 해.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우주 데이터 통신 등을 제공받고, 세계 최고 우주 선진국인 미국과 협업하며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Q. 다누리에는 다른 탐사 장비도 많이 있지?

A. 다누리에는 쉐도우캠 외에도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편광카메라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 ▲우주인터넷탑재체 등의 장비가 실려 있어. 달과 주변 환경의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원을 찾는 등의 역할을 하지.

이중 광시야편광카메라, 일명 폴캠은 달에서 반사되는 빛의 편광을 분석해 달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달 표면 상태를 조사하는 장비야. 입자 크기나 성분에 따라 빛이 다르게 반사되거든. 달의 표면에 태양풍과 미소운석 충돌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표면의 구조는 어떤지, 티타늄이나 헬륨3같은 유용한 자원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 목표야.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들었지.

다누리에 실린 6개 탑재체 (자료=항우연)

그 외 다른 탑재체는 다음과 같아. 모두 국내 출연연과 대학이 만들었어.

○고해상도 카메라(LUTI): 앞으로 개발하려 하는 달 탐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찾기 위해 달 지형을 정밀 관측하기 위한 고해상도 카메라. 표면 물질 상태가 단순해 어두울 때와 밝을 때 차이가 큰 달 환경에 맞춰 개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발.

○자기장측정기(KMAG): 달 표면의 자기장과 주변 우주 환경 관측 장비. 달 표면 자기 이상과 태양풍으로 인한 자기장 파동 등을 관측해 달의 진화 과정 등 탐구. 경희대 개발.

○감마선분광기(KGRS): 달의 감마선을 분석해 달 표면 감마선 원소 및 자원 지도를 만들고, 달 방사선 환경 등을 조사하기 위한 장비. 희토류 등 달에 있는 자원을 파악하고, 향후 자원 탐사와 달 기지 건설 등에 활용.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개발.

○우주인터넷탑재체: 우주 공간에 여러 네트워크 노드를 구축해 우주 공간과 행성에 위치한 장치들이 서로 자유롭게 통신하기 위한 우주인터넷 테스트 장비. 우주 공간에서 메시지와 파일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검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개발.

■ 1년 간 매일 달 12바퀴 돌며 관측

Q. 다누리는 언제까지 탐사 임무를 하는 거야?

A. 다누리는 올해 12월 달 궤도에 진입해 내년 1월부터 임무를 시작할 계획이야.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하고, 2주에 걸쳐 5번 정도 역추진을 하며 속도를 늦춰 달 상공 100㎞ 궤도에 안착하게 할 거야.

이후 하루에 12번씩 달 주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해. 임무 기간은 1년이야. 1년이 지나고 연료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달 중력에 끌려 추락할 거야.

다누리의 궤도 운영부터 달 도착 후 관측 임무까지 모든 운용이 이루어지는 관제실에서 사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항우연)

만약 1년 후에도 연료가 남는다면 다른 추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야. 항우연은 임무 종료 후 5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일단 1년 간 무사히 다누리를 운용한 후에 고민해도 되겠지.

Q. 다누리를 운용하려면 지상에도 시설이 필요할텐데?

A. 대전에 있는 항우연에 위성운영센터를 마련했어. 위성이 발사된 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위성의 움직임도 제어하지.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대형 스크린과 모니터가 엄청 많은 관제센터 같이 생겼어. 60명의 인원이 위성과 탑재체에서 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계와 공유할 거야.

또 경기도 여주에 35m 크기의 심우주위성통신안테나(KDSA)가 설치돼 있어. 달 궤도선 운용을 위한 심우주 통신용 지상 시스템이지. 앞으로 해외 우주 기관과의 협력에도 쓰일 거야.

다누리와의 교신을 위해 경기도 여주에 구축된 심우주안테나(자료=항우연)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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