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위협'했는데.. 바이든·시진핑 통화엔 '北 언급' 없었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또다시 '핵위협'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정상들은 양국 간의 첨예한 갈등 때문인 북한 문제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8일(현지시간) 2시간 넘게 전화통화를 했지만 양국 정부가 배포한 통화 결과 자료엔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이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은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4년여 만에 재개한 데다, 현재 제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치고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는 27일 열린 '전승절'(한국전쟁 정정협정 체결일·7월27일) 기념행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따른 한미 군 당국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을 비난하며 "우리 국가(북한)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 힘을 자기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다시금 확언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총비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내달 시작되는 올 후반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핵실험 등 대형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 결과 자료에선 다른 어떤 현안보다도 소위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날선 공방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로 중국 당국의 이른바 '하나의 중국'(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 정부도 오직 하나라는 중국 당국의 기본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은 현상을 변경하거나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훼손하려는 일방적 시도를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은 14억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미중 정상이 통화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미중 양측은 두 정상이 이번 통화에서 지역 현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대만 관련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조만간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이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중국은 지난 5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발사 등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에 따른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이 추진됐을 당시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한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가운데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측을 향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 결과 자료에서 이 같은 '원론적 언급'마저 등장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는 "북한 문제가 양측의 우선순위 밖에 있음을 뜻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ICBM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측이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현재 미중 간엔 공급망, 우크라이나, 대만 등 다뤄야 할 다른 사안이 많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미국으로선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선 오히려 중국 측이 대만 등 다른 사안과 결부시켜 이를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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