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비대위 체제 압박'에 "최고위원 일부 사퇴로 전환된 전례 없어"
"尹 지금은 주춤하고 있지만 밀고나간다면 좋아질 것"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 "신속히 비대위 체제 전환해야"
중진 김기현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조치해야 살아남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압박을 받는 것에 대해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29일 권 대행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공정한나라 창립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로 가려면 최고위원이 총사퇴해야 가능하다는 얘기와 최고위 재적 인원의 과반인 4명 이상 사퇴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글쎄 그건 당 기획조정국에 (물어봐야 한다). 당헌당규상으로는 기조국에 좀 더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아직 그렇게는(해석 요청은) 안 했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앞서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비공개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날 권 대행은 행사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 기조를 이어갔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지난 정권때문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대행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최악의 성적표를 물려받았다. 요즘 3고(高), 3고 하는데 3고에서 2고 더 플러스해서 5고 시대가 돼 버렸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두 달 동안 뭔가 새로운 것을 해서 국민들을 편하게 해달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고유가 이런 악재를 어떻게 하든지 해소하기 위해 당정이 지난 두 달간 엄청난 노력을 했고 새로운 정책, 민생 정책을 수없이 발표했지만, 이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뚝심 있고 인내심이 강하고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직진스타일이다. 지금은 좀 주춤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그런 성격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쭉 밀고 나간다면 금년 말쯤부터 확연히 달라지는 지지율에 국민적 지지가 올 것이라고 보고 내년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들은 권 대행 체제를 종료하고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초선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오늘 당의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현진 의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언론에는 연일 당 지도부의 실수와 내분이 보도되고 있고, 당원 게시판이 뜨겁고 지역구민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며 “집권여당이 오히려 정부의 개혁동력을 위축시키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또 “이틀 전에는 대통령과 당 대표 직무대행의 사적인 SNS 메시지까지 공개되는 등 사태로 원내대표가 잇달아 3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비대위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원 여러분은 당을 살리려는 초선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입장은 국민의힘 초선의원 전체인 63명이 모두 동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며 초선의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손꼽히는 중진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주춤하면 더 이상의 내일은 없다”며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 등 당 지도체제 정비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도 잡아야 하고, 턱없이 부족한 질 좋은 청년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해 연금과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사회보장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공정과 상식도 하루빨리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당 지도부가 땀 흘리며 일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도리어 부담을 지워드려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면서 “지도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 선공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상시기다.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과 관련해 “비대위를 하더라도 당을 빠른 시일 내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대위 기간은 최소화시켜야 한다”며 “어떤 과정을 취하든 간에 그 중간 과정은 최단기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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