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폭죽 소음·연기 사라진 속초해수욕장 '눈길'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피서철 고질화한 폭죽 소음과 메케한 연기가 올여름 속초해수욕장에서는 사실상 사라져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속초시와 속초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9일 개장한 속초해수욕장에서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폭죽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둘러본 지난 26∼28일 밤 속초해수욕장은 폭죽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폭죽놀이가 한창일 시간대인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현장을 지켜봤지만, 야간 정취를 즐기러 나온 많은 시민과 관광객 사이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폭죽이 터지는 장면이 가끔 목격되는 인접한 마을 단위 해수욕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이처럼 올여름 속초해변에서 폭죽놀이가 사라진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속초시의 강력한 대처가 효과를 보고 있다.
시는 해마다 반복되는 폭죽 민원에 대응하고자 해수욕장 주변에 폭죽놀이 금지와 적발 시 처벌내용을 알리는 현수막 여러 개를 설치하고 백사장에 곳곳에도 폭죽놀이 금지를 알리는 팻말들을 설치했다.
행정봉사실 안내방송을 통해 폭죽놀이 금지를 수시로 알리는 한편 질서계도요원 8명을 투입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백사장 순찰을 하며 해수욕장 내 무질서, 특히 폭죽 사용 금지를 집중적으로 계도하고 있다.
폭죽 가운데서도 소음이나 매연이 발생하는 종류가 계도 대상이다.
해수욕장 출입구 쪽에 배치된 계도유원들은 폭죽을 소지한 피서객들을 발견하는 즉시 다가가 해수욕장 폭죽놀이는 법에 따라 금지돼 있고 이를 어기면 관련법에 따라 과태료 또는 벌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아울러 계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폭죽놀이가 시도될 것에 대비, 이들이 해수욕을 떠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고 예의주시하는 등 그야말로 폭죽과의 한판 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폭죽을 준비해온 피서객들은 폭죽놀이를 포기하고 되가져 가거나 구매한 상점에서 다른 물품으로 교환 또는 환급해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 질서계도 요원은 "개장 초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거의 모든 피서객이 계도에 잘 응해주고 있다"며 "모처럼 휴가를 즐기러 온 분들이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서객들도 폭죽이 사라진 해수욕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함 모(41·서울시) 씨는 "피서지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하는 폭죽놀이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피서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소음과 연기가 사라진 조용하고 깨끗한 해수욕장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폭죽놀이에 대한 계도 단속이 강화되면서 올여름 속초 해수욕장에서는 폭죽을 파는 노점이 사라진 것은 물론 폭죽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저녁마다 해수욕장 통로에 노점들이 등장해 폭죽을 판매했으나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한 편의점 주인은 "계도 단속이 강화되면서 올여름에는 폭죽을 전혀 팔지 못하고 있다"며 "그냥 진열만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이면 쓰레기통이나 백사장에 나뒹굴던 폭죽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쓰레기통에서 간혹 폭죽 막대기가 보이는 때도 있으나 이는 계도 요원들이 철수한 새벽 2시 이후 일부 피서객이 사용한 것으로, 엄청난 양의 폭죽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던 예년에 비해서는 배출량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형 관광개발 팀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폭죽 민원에 대응하고자 이달 초부터 해수욕장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계도 요원을 투입한 결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며 "앞으로 피서객이 증가하면 질서계도가 힘들어질지는 모르지만, 해수욕장 폐장 때까지 이런 모습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접한 마을단위 해수욕장에서 이뤄지는 폭죽놀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피서객들이 있는 만큼 해당 해수욕장의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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