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논란 지속 車·철강업계, 포스코 판결에 '난색'
[서울=뉴시스] 박정규 옥승욱 정윤아 기자 = 포스코의 사내하청 노동자와 관련해 사실상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온 만큼 원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봐야 한다는 재판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비슷한 논란을 겪고 있는 제조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같은 철강업계인 현대제철을 비롯해 불법파견 관련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는 자동차업계도 향후 이어질 대법원 판결 등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번 포스코의 사례와 비슷한 사내하도급 관련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수출용 차량 운송 등의 업무를 맡았던 노동자 등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 당초 직접고용 대상자 지위를 인정했다가 항소심에서 뒤집힌 사례다.
2020년 12월 서울고법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김모씨 등 2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업체가 맡은 치장업무는 생산이 완료된 수출용 차량을 수출선적장에서 야적장까지 이송하는 '생산 후 공정' 내지 '생산 후 업무'"라며 "이는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되지 않는 업무"라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는 분명하게 구별됐다"며 "원고들이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공동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현대차의 손을 들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9년 진행된 1심에서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바 있다.
하지만 다른 비슷한 사안들의 경우 상당부분 법원이 노동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동자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경우 지난해 6월 서울고법이 원심을 뒤집고 오히려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화재감시 모니터링, 소방차·화재진압장비 점검, 공장 내 소방펌프·소화기·소화전 점검, 공장 순찰 등의 업무를 맡은 해당 노동자들에 대해 현대차가 협력업체를 통해 2차 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상 현대차의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2019년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예방점검, 생산관리, 도장 등의 업무를 수행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법은 실질적으로 현대차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경우에도 사내하청 형태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64명에 대해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현대위아는 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 등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며 최종적으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관련 소송이 계속 맞물려있는 현대차 측은 이번 포스코의 사례가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언급 자체를 삼가는 반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인 한국지엠도 포스코 판결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다른 회사 일이라 입장을 내거나 말을 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2005년 1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6개 하청업체 근로자 847명에 대해 불법판견을 진정해 형사재판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법원은 2013년 2월 한국지엠의 파견직종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하청 근로자가 함께 똑같은 작업을 하고 한국지엠이 하청근로자를 직접 교육하거나 업무를 지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사장은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창원 공장 하청근로자 5명은 2013년 6~7월 민사재판으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 외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부평·군산·창원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82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원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이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지법도 지난해 5월 사내 하청 근로자 14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카허 카젬 전 사장 등 한국지엠 임원 5명은 2017년 9월1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한국지엠 인천 부평·전북 군산공장·경남 창원에서 27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810명을 불법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카젬 당시 사장은 올해 3월초 세 번째 출국금지를 당했다가 같은 달 말 출국금지가 해제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별도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30여건이 연달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청직원들과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 또한 우려가 크다. 현대제철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규모는 순천공장 655명, 당진제철소 2154명 등 총 2809명에 달한다. 지난 21일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258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광주지법이 승소 판결하며, 이들의 직접 고용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이번 포스코의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들 또한 현대제철 소속 근로자가 된다. 이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뿐만 아니라, 다른 하청 직원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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