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냐, 현행 유지냐'..위기의 권성동 체제, 격랑 속으로

최동현 기자 2022. 7. 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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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국민 기대 충족 못 해" 전격 사퇴..당 초선들 "비대위 체제로 신속 전환"
'삼중고' 빠진 권성동, 일단 '침묵 모드'.."비대위 체제는 꼼수" 당내분열 조짐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이 '새 지도체제 개편'을 놓고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준석 당대표의 중징계 파동 직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하면서 내홍을 수습하는 듯했지만,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당 지도부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요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관건은 '비대위 체제' 전환이 녹록지 않은 문제라는 점이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 체제에 동의할 경우 자신의 '원톱 체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라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체제를 둘러싸고 당내 분열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배현진 사퇴'에 비대위 전환 요구 급물살…권성동 '침묵 모드'

배현진 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주재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당이)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해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내에서 사퇴 선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배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주셨던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도부의 일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배 최고위원은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는데, 이는 이준석 당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현행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한 임시체제다. 당 지도부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뒤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완전한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는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왔다. 당 초선의원 일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새 지도체제 개편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일단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공영언론 블랙리스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배현진 최고위원이 사퇴한 것에 대한 입장을 오늘 밝히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과반이 사퇴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당헌·당규상 기획조정국에 유권해석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면서도 "과거 전례는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한 이후 비대위가 구성됐고,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사례는 없다"며 비대위 전환을 위해서는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리더십' 도전 받는 권성동…비대위 놓고 내홍 재점화 조짐도

정치권은 권 원내대표가 '삼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 지도부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권 원내대표는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차기 당대표 출마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체제를 놓고 당내 분열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 비대위 체제에서도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권 원내대표는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지만 최근 '사적 채용 논란', '윤석열 대통령 문자 노출' 등 잇단 실수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지난 9일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하고 '원톱 체제'를 구축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를 받으면서, 권 원내대표도 사실상 거취 결단을 요구받는 위치에 놓였다.

당내 파열음도 권 원내대표가 수습해야 할 과제다. 당내 초선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63명의 초선의원 중 대다수는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 체제를 하자는 것은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는 것인데, 그러려면 이준석 대표가 먼저 기소돼야 한다"며 "의원총회가 열리더라도 (비대위 전환 요구에) 지지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고 쓴소리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들이 자진사퇴하는 방식으로 지도부를 붕괴시키고 비대위로 가든, 조기 전대로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꼼수다. 꼼수라고 보여질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배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 직후 기자들을 만나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비대위 체제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2030세대와 6070세대의 '세대연합 지지율' 덕이 컸다"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이준석 대표를 지지했던 (2030세대) 지지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비대위가 가능하지만 '실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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