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경기침체 논란에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 '한국기업 투자'까지 언급하며 적극 방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여부에 대한 미국 내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주요 경제 지표가 아직 튼튼하다고 강조했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사례까지 들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의 2분기 GDP 증가율 발표가 나온 뒤 정부 당국자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경제 성장에서 뚜렷한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의 악화이며,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판단한 배경으로 일자리와 가계소득 등 아직 양호한 경제 지표들을 제시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미국이 아직 경기침체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수석금융이코노미스트인 아네타 마르코프스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심리적 침체기에 있지만 실제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초래된 성장 둔화가 약해지면 성장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웰스 파고 투자연구소의 글로벌시장 전략가인 사메어 사마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이 올해 큰 폭의 하락을 보였지만 아직 현 상황의 일부만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우리는 경기침체를 과소평가하는 데 능숙한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의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한 비영리단체가 주최한 종교 지도자 행사에서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며 “월스트리트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경기침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장에 있던 기자가 ‘정부의 경기 판단이 잘못됐다 보느냐’고 묻자 “대통령이 현 상황의 공식 명칭을 결정할 것”이라며 발언을 정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무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둔화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역사적인 글로벌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지만 우리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으며 더욱 강하고 안전하게 이 전환기를 헤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 사례까지 들며 적극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지난주 한국의 SK그룹이 반도체와 첨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22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발표하기 위해 백악관에 왔다”라며 “(SK는) 내가 취임한 뒤 미국 제조업에 2000억 달러 이상 투자한 기업 중 한 곳으로, 이 모든 것이 미국 제조업에서 역사적인 반등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과 관련된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취임한 뒤) 기업들은 기록적인 비율로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인텔과 삼성 등은 이미 10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발표했고, 포드와 GM, 현대, 테슬라 등은 1000억 달러 이상을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은 내게 경기침체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논쟁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고심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극심한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물가 인상)과 경기 둔화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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