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청소노동자 시급 400원 인상..본관 점거 22일 만에 해제
고려대 청소노동자와 용역업체가 시급을 400원 인상하기로 28일 잠정 합의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춘 시급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대학 본관을 점거했던 청소노동자들은 점거를 해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29일 노조와 용역업체가 올해 청소노동자 시급을 400원 올리기로 전날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부터 학교 본관 1층 복도를 점거한 노동자들은 점거 22일 만인 28일 오후 농성을 풀었다.
이들은 올해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지난해보다 440원 오른 점 등을 반영해 시급을 400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이들의 올해 시급은 9790원으로 오른다. 올해 1월1일 근무분부터 소급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차·경비노동자의 시급 인상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차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용역업체는 청소 용역업체의 합의 추이를 지켜본 뒤 시급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조만간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비노동자의 경우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는데, 합의 가능성은 미지수다. 고려대 경비노동자는 ‘하청의 하청’ 구조에서 일하며, 주차관리 노동자는 학교 재단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노동자들이 요구한 샤워실 설치 등 휴게시설 개선은 미완으로 남았다. 대학과 용역업체는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선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용역회사가 올해 개정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맞게 (휴게실 개선을) 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됐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 이후 고려대 측이 공식적으로 노조와 대화에 나선 적은 없다. 김 부장은 “학교가 ‘농성을 해제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은 계속 이야기했는데, 노동자들과 따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원청인 고려대는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한 주체는 용역업체라며 선을 그었다. 학교 관계자는 “계약 협상 주체는 노조와 용역업체”라며 “협상이 원만하게 잘 해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샤워실 설치 등 휴게공간 개선 계획에 대해선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복지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현황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고려대는 대학 청소·주차·경비노동자들이 지난 6일 본관 1층 복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자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내 13개 대학·대학병원 건물 등 사업장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각 대학 용역업체들과 올해 임금협약 집단교섭을 벌였지만,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3일 사용자인 16개 업체에 미화·주차직 400원, 경비직 420원의 시급 인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용역업체들은 원청인 대학이 도급비를 인상해주지 않으면 시급을 올리기 어렵다며 거부했고, 각 대학에서는 지난 3월부터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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