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했는데 피의자 '유치원 교사' 대면조사는 8개월 후..경찰은 수사 지연 부인
“피의자 대면조사는 신고 8개월 후, 참고인 조사는 5개월 후에야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고 수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렇게 안일한 초기 수사로 목격자 진술 등 중요 증거를 놓쳤다”
서울 송파구의 대형 유치원에서 발생한 ‘교사 아동학대 의혹 사건’의 학부모 A씨는 28일 세계일보와 만나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그는 관련 수사관들과 송파구청 공무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었다.
A씨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신고 10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 넘겼다. 피의자인 교사와 유치원이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데다 결정적 증거가 될 유치원 CCTV 영상은 삭제돼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탓이다.
이 교사는 2020년 당시 5세였던 A씨 딸이 밥을 그만 먹겠다고 하자 남은 밥과 반찬을 한데 뭉쳐 강제로 먹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A씨는 뒤늦게 작년 8월30일 송파경찰서에 이 사건을 신고했고, 곧바로 서울경찰청으로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서울경찰청에 접수한 고소장에서 딸은 “작년 담임 교사가 밥을 억지로 먹인 일이 있었다”고 최근 여러 차례 말했다고 적었다.
딸은 “밥을 그만 먹겠다고 하니 선생님이 오리고기, 부추, 김치, 밥을 모아 통째로 먹였다”며 “못 참고 화장실로 뛰어가 세면대에 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딸이 ‘강제 식사’ 경험을 1년여만여 뒤늦게 밝힌 건 고소 당시 이 유치원의 다른 교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퇴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딸은 A씨에게 “작년 담임 선생님도 사과해야 한다”면서 피해를 뒤늦게 알렸다는 것이다.
A씨는 딸이 이렇게 토로하자 신경정신과로 데려갔고, 중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강박증과 트라우마가 심해져 지방에서 요양 중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A씨 전언이다.
A씨는 “학대 피해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유치원 교사는 경찰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김치와 밥 한숟가락을 더 먹어보라고 했고, 아이가 식탁에 음식을 뱉기에 화장실에 가서 손 씻으라고 한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A씨 측은 유치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를 인지하거나 의심이 있으면 반드시 수사기관에 알려야 하는 ‘신고 의무자’인데도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송파구청의 조치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관련 신고를 접수하면 즉시 조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송파구청이나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원장이 직접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생 및 동료 교사 면담 등 조사 과정 없이 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A씨는 “경찰의 부진한 수사와 더불어 늦장 수사에 분통이 터진다”며 “10개월간의 긴 시간을 들여 제대로 수사해왔는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서적 학대라는 것이 법에 제정된 이상 그에 맞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피해자가 아동이니 또 그에 맞는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서울청 수사 심의와 감찰계에도 모든 문제를 제기했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문제없다’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평범한 시민인 저는 언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찰이 무시하고 놓쳐버린 증거들을 검사가 다시 봐주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A씨 가족은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와 면담이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철저한 수사로 다른 피해가 또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경찰은 감찰 후 수사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수사 진행상황 미통지는 문제였다면서도 “CCTV 수거 및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지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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