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사퇴·'비대위 전환론' 분출..혼돈의 집권여당
배현진, 전격 사퇴로 지도부도 '격랑'..權, 재신임 절차 밟나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슬기 홍준석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대통령 문자노출 사태를 계기로 당내에서 지도체제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이른바 '문자유출'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지도체제 전환 요구가 터져나오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당내에서는 '권 대행 원톱 체제'로 정권 초반기 집권여당을 이끌어나가기 버겁다는 지적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양상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현 시점에서 권 대행의 리더십까지 흔들었다가는 당내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이준석 대표의 수사 결과 발표까지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이 "국민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했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지도부마저 자중지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대행 체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당내 중진급에서 주도하는 분위기다.
이들 상당수는 권 대행과 함께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기도 하다. 각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대위, 조기 전당대회 등 방법론에 이견이 있지만 일단 권 대행이 1인 2역을 수행하는 체제가 지속할 수 없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을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권 대행 체제에 대해 '비정상 체제'라는 인식이 깔린 셈이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을 고수해온 그는 최근 당내 분출하는 비대위 출범 논의와 관련해 "비대위를 한다고 조기 전대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비대위를 해도 그 기간은 최소화해야지, 6개월까지 끌고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지도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 선공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의 '인구위기' 전망과 관련해 "비상한 시기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편 글이었지만, 사실상 이는 권 대행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른바 '문자유출 사태' 이후 권 대행 리더십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제기된다는 지적에도 "현재 이준석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권 대행의 의원총회 재신임 절차를 상정한 질문에는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겠다. 다른 방법은 없다"라며 '조기 전대론'에 힘을 실었다.
정우택 의원은 전날 YTN 인터뷰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기능을 다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또, 시중에서 보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시선이 그렇게 곱지 낳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오전 당내 일부 초선 의원들이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지도체제를 둘러싼 논쟁이 전방위로 격화하는 모습이다.
배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도 결국 체제 전환 압박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행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의 기능 상실 등일 때 가능하다. 이 대표의 징계는 이미 '사고'로 규정된 만큼 최고위 기능 상실만이 비대위 전환으로 가는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다만 당 대표의 '사고' 시기에 최고위까지 '기능상실'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그 절차를 둘러싼 해석 차이도 적지 않다.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 7명 총원 중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된다는 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다. 당 사무처는 '전원 사퇴'에 해석의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비대위 전환은 법률적으로 이 대표의 6개월 뒤 복귀를 막아서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시작이 불가능한 논의라는 의견도 있다.
권 대행은 이날 오전 지도체제 논의와 관련해 '침묵'을 택했다. 최고위 직후 배 최고위원 사퇴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권 대행이 개인적으로는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 당내 의견이 모인다면 다수의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본인의 거취에 관한 문제인 탓에 먼저 제안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난감한 측면이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권 대행과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처음부터 권 대행은 투톱 겸임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당헌당규상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고 당내 혼란을 최소화해야겠다는 의지로 책임을 수용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실수 논란이 이어지며 회의감과 부담이 부쩍 커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이 대표의 수사 결과 발표 전에 권 대행 체제를 접는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그의 리더십에 생채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치권에서 배 최고위원 사퇴를 두고 내심 비대위 전환을 바라는 권 대행의 제안이 있었다는 내용의 '지라시'도 돌았다.
권 대행은 내달 초 4선 이상 중진들과의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선수별로 회동을 할 계획이다.
또 권 대행을 비롯한 원내지도부 내부에서 재신임을 묻기 위한 의원총회 개최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권 대행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혀 계획이 없다"며 '재신임 논의'에 선을 그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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