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은밀히 누리던 靑 예술품, 국민 품으로"
"'변화된 靑' 올가을엔 만난다..대한민국 랜드마크 확신"
"총독관저 모형 제작 아닌 격동의 역사 속 대통령 집무실을 보여주려는 것"
"게임 산업 적극 뒷받침..BTS 병역특례 '국민 여론'이 제일 중요"
(시사저널=김종일·이원석 기자)
"오랜 세월 소수의 권력자만 은밀하게 즐겼던 청와대의 최고 수준 문화예술 작품을 국민 품속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월26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내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힘주어 강조한 한 문장이다.
박 장관은 "청와대 개방은 권위주의 정치는 물론 제왕적 대통령제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국민 품속으로 되돌아간 청와대는 윤석열 정부의 상징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과 역사, 자연 등을 품은 청와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업그레이드된 청와대를 올가을 국민에게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활용방안을 대통령 업무보고의 첫 번째로 삼은 이유는.
"국민 품속으로 들어간 청와대가 윤석열 정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개방은 권위주의 정치, 제왕적 대통령제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지금 국민께서도 실감하고 계실 텐데 청와대 개방은 엄청난 역사적 결단이다. 전 세계에서 대통령이 쓰던 업무 공간과 거처를 자발적으로 내놓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유례가 없는 역사적 결단을 내린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뒷받침하는 일은 문체부와 저의 가장 중요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청와대를 잘 꾸미면 문화예술, 역사, 자연 등을 품은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와 같은 의지를 다시 천명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상징성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업무보고의 처음으로 삼았다."
국민에게도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보나.
"물론이다. 청와대라는 공간은 국민에게 오랫동안 어려운 공간이었다.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위압적인 건축물이자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우리의 전통적 건축미를 뿜어내며 다정다감하게 국민 속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청와대의 거대한 변화는 대한민국 정치사, 21세기 역사에 가장 위대한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탈바꿈하게 될 청와대 변화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면 될까.
"청와대는 면적이 백악관의 3.2배다. 이 거대한 공간을 문화예술 콘텐츠가 채우고 있다. 600점이 넘는 예술품이 있다. 미술작품만 340점이다. 동시에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들의 삶과 흔적이 녹아있는 공간이자 역사문화 콘텐츠다. 여기에 5만여 그루의 나무와 꽃 등 매우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1900년대 초 전통 가옥인 침류각(枕流閣), 오운정(五雲亭), 석굴암 본존불을 계승한 신라 불상 석조여래좌상(보물 1977호) 등과 같은 문화재 및 건축물도 청와대 내부에 자리하고 있다. 이 모든 공간과 콘텐츠를 조화롭고 매력적으로 결합시켜 청와대를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청와대 개방이 풍광 등 정적인 풍경의 관람 형태로 국민에게 다가갔다면, 이후에는 국민께 '아트 콤플렉스(Art Complex)'라는 방향으로 되돌려 드리려 한다."
국민 입장에서 가장 와 닿는 '킬링 콘텐츠'는 무엇일까.
"오랜 세월 청와대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작품들이 들어갔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 당시부터 당대 최고의 예술작품들이 기증됐다. 가령 허백련·장우성·이상범·김기창·허건·서세옥 등 당대의 한국화 거장들의 작품이 있다. 과거에는 이런 놀라운 예술작품들을 소수의 권력자만이 보고 즐겼다. 권력 세계에 머물러 있던 예술작품들을 국민 앞에 외출시키는 것이다. 국민께서 이 모든 예술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의 핵심 중 하나다."
현재 청와대에 소장된 예술품 도록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도록 제작 등 기초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동시에 해당 작품이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왔는지 그 경로를 추적하는 스토리텔링 구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저희가 작가의 자손분들도 뵙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권력과 예술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도 국민께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의 소재라고 생각한다."
변화된 청와대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나.
"오는 가을에 보실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아직 가제이긴 하지만 '청와대 소장 한국화 전시회'라는 타이틀로 국민께 최고 수준의 전시회를 보여 드리려고 한다. 해당 작업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협업 체제로 이뤄진다. 민관 협력의 롤모델을 만들 것이다. 청와대 영빈관은 예술적 영감은 물론 엄청난 상상력을 주는 공간이다. 여기를 중심으로 전시회가 진행될 거다. 전시는 기존의 청와대 원형을 보존하면서 진행될 것이다. 이에 앞서 8월말이나 9월초를 목표로 장애인 미술 특별전도 준비 중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감동을 전해준 정은혜 작가와 윤 대통령이 자택과 대통령실에 그림을 걸어둘 만큼 아끼는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 등의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진행할 것이다."
지금 청와대 관람을 하듯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입장하게 되나.
"그렇다. 청와대의 가을 풍광이 기가 막히다. 청와대의 멋진 가을 속에서 최고의 한국화 대가들의 걸작을 감상하시고 최고의 하루를 보내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다. 가장 멋진 하루가 되실 수 있게 하겠다."
또 계획하는 게 있나.
"5월에 청와대 KBS 열린음악회가 열렸던 것처럼 저희가 청와대 야외 잔디밭에서 국악과 클래식 음악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K컬처(한국 문화콘텐츠)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K클래식이다. 주요 콩쿠르에서 우승한 분들을 저희가 잘 섭외해 국민께서 청와대에서 즐기실 수 있게 준비해 보려고 한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주문을 했나.
"청와대 공간이 국민의 복합문화예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문체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문화생활에 대한 공정한 접근 기회의 보장을 강조하셨다. 대통령은 문화예술을 온 국민이 차별 없이 공정하게 누리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취임사에서도 강조하셨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장애인 작가·청년작가·신진작가 등이 만든 작품 전시 공간이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는 점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의 문화적 접근성이 분명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활용방안에 '공정'이라는 가치를 녹이겠다는 건가.
"그렇다. 제 방식으로 표현하면 은밀한 권력의 세계에서 소수의 권력자만이 즐겼던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예술품을 국민 품속으로 되돌려 드리는 것이다. 대통령은 청와대가 갖고 있던 문화예술품을 국민 모두가 볼 수 있게 돌려 드리자는 원칙을 갖고 계신다. 동시에 수십 년간 은밀하게 소수의 권력자만이 누렸던 청와대라는 공간 역시 국민에게 돌려 드리고자 한다. 청와대 개방을 넘어 청와대를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되돌려 드리려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청와대 활용방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철거된 옛 조선 총독관저의 모형, 미니어처 복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청와대 본관에 대한 역사를 좀 더 면밀히 이해하면 풀릴 오해다. 철거된 청와대 본관은 1939년 조선 총독관저로 출발한다. 1945년 해방 때까지 6년간은 3명의 조선총독이 살았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 미군정 시기엔 초대 미군 사령관 하지 중장이 살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총독관저 건물이 우리 역사에 편입되면서 이후 무려 43년간 우리 대통령들의 집무실로 사용됐다. 즉 이 공간은 43년간 대한민국이 격동의 역사를 겪는 동안 대통령의 리더십이 분출됐던 곳이자 우리 역사의 중심에 있던 장소다. 당연히 그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청와대 개방 이후 2030세대를 중심으로 도대체 옛날 청와대 본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묻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조선 총독관저를 복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대통령들이 43년간 역사의 흔적과 기록을 남겼던 리더십의 공간을 작은 모형, 미니어처로 만드는 방안 등을 마련 중이다. 핵심은 대통령 집무실 보여주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43년의 역사 속에 대한민국은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가 태동됐다. 그 순간순간마다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이 있었고, 그 흔적이 묻어있는 장소를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도 보여 드리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당시에 어떤 역사적 순간이 있었는지 스토리텔링 구축을 위해 전직 대통령 6명의 가족 등을 자문위원으로 모셨다. 조혜자(이승만 대통령 며느리)·윤상구(윤보선 대통령 아들)·박지만(박정희 대통령 아들, 박근혜 대통령 동생)·노재헌(노태우 대통령 아들)·김현철(김영삼 대통령 아들)·김홍업(김대중 대통령 아들) 등이다. 이분들에게 정사(正史)에 기록되지 않은 결단의 순간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려 한다. 아울러 이분들도 이렇게 함께 만난 적이 없다고 하시는데, 국민 통합적 의미도 있다고 본다."
문체부가 대통령실을 '패싱'하고 청와대 활용방안을 발표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문체부는 발표 전에 대통령실 관리비서실에 사전에 다 설명했고,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 문화재청과도 수시로 협조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 안에서도 전혀 동의하고 있지 않은 걸로 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활용방안이 시행되면 기존의 청와대 시설물과 조경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다."
다른 이슈도 살펴보자. 업무보고에서 '게임'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제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면서 우리 수출에 콘텐츠 수출이 주력이 됐고, 그 중심에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콘텐츠 수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게 게임 산업이니만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책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보고도 드렸다. 게임 업계 분들을 만났을 때 '엄청 많이 준비해 왔다' '게임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 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에 대한 입장은.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 국민 여론은 세 가지 측면이 있는데, 우선 병역은 신성한 의무라는 점이다. 동시에 BTS가 전 세계적으로 K컬처를 알리고 한국의 브랜드를 높였다는 점이 있다. 또 기초예술 분야와 대중예술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 세 가지를 국민 여론 형성의 주된 요소라고 보는데, 이걸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는 게 저희 문체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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