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사퇴로 흔들리는 '權체제'..초선들 "비대위로 전환"(종합)

김유승 기자,박기범 기자,최동현 기자,박종홍 기자 2022. 7. 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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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지도부로서 책임져야..이준석 '궐위' 때부터 사퇴 생각"
권성동 원내대표는 '침묵'.."오늘은 입장 없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 일이 되도록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박기범 최동현 박종홍 기자 = 위기에 봉착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사퇴로 더욱 흔들리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침묵을 지켰다.

배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현장에 흰색 블라우스·회색 정장 차림으로 가장 일찍 도착해 다른 최고위원들이 오길 기다렸다. 전날(28) 한 언론의 보도로 배 최고위원회 사퇴가 예견된 상황에서다.

배 최고위원은 다소 초조한 표정으로 발언문을 들여다보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뒤이어 입장하는 조수진 최고위원, 권 원내대표 등과 여느 때처럼 악수를 나눴다.

이날 회의를 마친 배 최고위원은 권 원내대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추가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그의 사퇴설과 동시에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상황에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한 이후 국민들께서 많은 기대와 희망으로 잘해보라는 기대를 심어주셨는데 국민 기대에 충족을 못 드린 것 같다"며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 최고위원은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며 "저 개인이 지도부의 일원, 한 사람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번 당 지도부는 새로운 정부 출범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뜨거운 여망을 가지신 국민들께서 대통령을 탄생시키라는 지엄한 명령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저희는 분초를 다퉈가면서 선거에 임했다. 감사하게도 대통령 새정부, 또 지방선거 승리라는 감사한 선물을 저희 당에 기회를 안겨주셨다"며 "국민과 지지자 분들에게 감사말씀드린다"고 했다.

다만 배 최고위원은 "그럼에도 그 기회를 200%, 100%도 만족스럽게 충족시켜드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너무나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제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전직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다시 제 자리고 돌아가 우리 당을 활력 있게, 새로운 정부, 윤석열와 함께 동력을 실어가며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제 몫을 다 하겠다"고 했다.

배 최고위원은 취재진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선 무표정으로 국회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다만 그는 언제부터 사퇴를 생각했는지 묻는 질문에 돌연 멈춰 서며 "이준석 대표의 공백 상태, '궐위'가 생길 때부터 고민해왔다. 결단하고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시점이 많이 늦은 것 같아 송구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배 최고위원은 '다른 최고위원과 협의했느냐' '사퇴후 당 지도체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최고위원들도 사퇴하느냐' 등 추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다시 국회 건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현관 자동문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남길 뿐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권 원내대표는 배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일단 침묵을 지켰다.

그는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이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다른 최고위원들도 사퇴하는지' 등을 묻자, 즉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떴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지', '비대위 체제 전환이 당헌·당규상 문제가 없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했다.

그는 이날 오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공영언론 블랙리스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이 '배현진 최고위원이 사퇴한 것에 대한 입장을 오늘 밝히지 않을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밝혔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에서 총사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우선 배 최고위원만 사퇴하는 것까지만 논의됐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나는 그만두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배 최고위원의 사퇴설이 고조되자 최고위원 과반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김 최고위원은 "대법원 판례는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해야 (최고위) 기능을 상실하는 것으로 본다"며 "물론 최고위에 대한 판결은 없었지만, 노조 등에 대한 판례가 그렇고, 법제처 유권해석도 그렇다"고 일축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것은 없다"며 "1명이 남아도 최고위가 원칙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당의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 최고위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언론에는 연일 당 지도부의 실수와 내분이 보도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하는 중요한 정책들이 정치와 정쟁에 묻히고 있다. 집권 여당이 오히려 정부의 개혁 동력을 위축시키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초선 의원들은 "대통령과 당대표 직무대행의 사적 SNS메시지까지 공개되는 사태로 원내대표가 잇달아 3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권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 상황에서의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시키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 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라며 "당원 여러분께서 당을 살리려는 초선 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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