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생샷 건졌어요".. MZ세대가 노는 곳 '성수동'

하영신 기자 2022. 7. 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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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늘 MZ세대로 북적인다. 사진은 지난 13일 성수동 일대의 모습. /사진=하영신 기자
"핫플레이스에 가는 것이 유행이에요.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은 거죠."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북적인다. 하지만 성수동은 원래 이런 동네가 아니었다. 과거 성수동은 인쇄업과 수제화, 가죽산업 등이 발달해 공장과 창고가 대부분인 공업단지였다. 시간이 흐르며 수제화 산업이 저가 기성제품에 밀리기 시작했고 1970년대 지어진 공장들도 노후화됐다. 이에 성수동 곳곳에 폐공장들이 생겼고 점차 인구도 줄었다.

2014년 서울시는 성동구의 도시 슬럼화를 막기 위해 성수동 일대를 도시재생시범사업 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성동구 일대에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해 임대사업을 펼치는 등 청년활동을 장려했고 젊은 기업인과 예술가 등이 성수동으로 들어왔다. 이후 성수역 인근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형태의 '힙플레이스'가 등장했다.

2020년대 들어 성수동은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 중 하나로 떠올랐다. 낡은 것의 가치를 재발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지금의 성수동은 새로운 것과 즐거움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트렌드의 '메카'가 됐다.

성수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꼭 가봐야 할 서울의 명소로 소개되며 MZ세대의 놀이터로 변신했다. 성수동이 다른 힙한 동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머니S가 지난 13일 성수동을 방문했다.


기업이 사랑하는 동네… 팝업스토어에서 노는 MZ세대


성수동에 가면 팝업스토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은 한 주류 팝업스토어의 외관. /사진= 하영신 기자
"SNS에 올라온 곳 중 가고 싶은 팝업스토어를 찾아요."

성수동은 기업이 사랑하는 동네다. 기업들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한 팝업스토어 직원 김모씨(남·27)는 "젊은 유동 인구가 많아서 기업들이 성수동을 선택하는 것 같다"며 "SNS에 올라온 사진 등을 보고 20~30대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성수동에는 주류를 비롯한 향수, 초콜릿, 에어컨 등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만큼 취향껏 골라 방문할 수 있다.

이날 기자는 MZ세대에게 사랑받는 한 보드카 업체의 팝업스토어에 방문했다. 주류 팝업스토어인 만큼 입장할 때 신분증을 확인받은 후 내부에 들어서니 보드카로 만든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먼저 방문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공병을 활용한 무드 등 만들기, 네온아트 만들기, 칵테일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팝업스토어에 방문만 해도 뽑기 이벤트에 참여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상품은 볼펜부터 브랜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컵까지 다양하다. 색이 칠해진 공을 뽑는 방식인데 줄을 선 사람들은 앞사람이 어떤 색의 공을 뽑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공을 뽑은 후 아이처럼 방방 뛰며 신나 하는 사람부터 친구와 선물을 교환하는 사람까지 모두 즐거워 보였다. 기자도 초록색 공을 뽑아 검은색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기업들이 유독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많이 오픈하는 이유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의 반응을 살펴보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한 주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내부. /사진=하영신 기자
마지막으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공간에 들렀다. 이곳은 미디어아트가 있어 시간마다 여러 색깔로 분위기가 바뀌는 힙한 공간이다. 칵테일은 1잔에 7000~8000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논알콜 칵테일도 있다.

현장에는 30여명이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고 대부분 20~30대로 보였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점차 많은 사람으로 공간이 메워졌다. 몇몇 사람들은 힙한 분위기 속 사진 찍기에 열중하고 일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듯 유쾌하게 대화하기도 했다.

향수를 좋아하는 MZ세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도 인기다. 사진은 한 향수 팝업스토어. /사진=하영신 기자
"주말이면 사람들로 꽉 차서 줄까지 서요."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는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기자는 MZ세대를 겨냥한 향수회사 팝업스토어에도 방문했다.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니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체 향수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어 마음껏 시향해 볼 수 있었다.

SNS상에서 포토존으로 소개돼 북적북적한 팝업스토어를 예상했지만 방문객이 없었다. 직원 김모씨(남·27)는 "오늘은 평일이어서 그렇고 주말에는 고객들로 공간이 꽉 차서 줄까지 선다"고 전했다.

안쪽에는 모네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 공간이 마련돼 있다. 포토존 안에는 모든 벽이 거울이어서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SNS에 사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들이 선호할 만한 공간이었다. 팝업스토어 방문 후기에도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추천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인생샷 남기려면 성수동으로… 지나칠 수 없는 핫플레이스


MZ세대들은 소위 '인생샷'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은 지난 13일 아름답게 꾸며놓은 한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진=하영신 기자
"성수동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MZ세대들이 좋아하죠."

소위 '인생샷'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에게 성수동은 매력적이다. 지난 4월30일 오픈해 포토 스팟으로 자리잡은 한 명품 브랜드 매장은 MZ세대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인플루언서가 이곳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자 하나의 문화처럼 성수동을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부상했다. 기자가 성수동을 방문한 날엔 비가 왔지만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국내 화장품회사가 운영하는 스토어 내부. 이 매장에는 4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1800개 화장품을 판매한다. /사진=하영신 기자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에겐 '천국'인 곳이 있다. 국내 화장품회사가 운영하는 대형 스토어다. 이곳에는 40개 브랜드가 입점해 총 1800개의 화장품을 구비해놓았다. 기초제품부터 색조제품까지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어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쉽게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10~50% 할인 행사도 진행돼 인기 있는 제품은 빨리 품절된다. 매장 안에는 화장품을 구경하는 여성들과 커플이 있었고 직원들은 예약된 메이크업 체험 준비로 분주했다. 직원 이모씨(여·28)는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사전 예약을 하면 페이셜 부스팅 스파 체험, 나만의 화장품 만들기, 1대1 퍼스널 서비스 등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성수동 대표하는 맛집·카페… 언제나 북적이는 곳


실컷 돌아다녔으니 이제 쉴 곳이 필요하다. 성수동에는 오래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두 곳은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카페에서 만난 20대 커플은 "성수동은 맛있는 것도 많고 즐길 거리가 많다"며 "성수동에 다시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카페 '대림창고'. 공장 창고를 개조한 곳으로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사진=하영신 기자
먼저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형태로 과거 성수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카페에 방문했다. 이곳은 1990년대에는 공장 부자재 창고로 쓰였지만 2011년부터 높은 천장과 넓은 내부 공간을 활용해 패션쇼, 오케스트라 공연, 록 콘서트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사용됐다.

지금은 성수동을 주름잡는 유명 카페로 자리잡았다. 커피와 맥주를 함께 판매하기 때문에 낮에는 커피, 밤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저녁 7시 무렵. 카페 안에는 사진을 찍는 커플을 비롯해 와이셔츠를 입은 회사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평일엔 빈자리가 있지만 주말에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 게임을 해야 한다.

1983년부터 성수동을 지키고 있는 음식점. 오후 2시에도 길게 줄서 있는 모습이 맛집임을 알려준다. /사진=하영신 기자
이번에는 1983년부터 성수동을 지키고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비 오는 평일 오후 2시에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곳이다. 기자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오후 4시30분쯤 이곳에 다시 들렀지만 결국 웨이팅해야 했다. 가게 안에는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자리해 오래된 음식점임을 실감케 했다.

성수동은 맑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과거 폐공장이 즐비했던 스산한 곳에서 MZ세대가 환호하는 동네로 탈바꿈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연인이나 친구 또는 혼자서라도 성수동에 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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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신 기자 dudtls717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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