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다하고 뭡니까" 모바일 운전면허증 이번엔 QR발급 안돼 발길 돌려
행안부·도로교통공단, QR발급 불가 현장 상황 파악도 못해
(서울=뉴스1) 원태성 조현기 기자 = "홍보 다해놓고 이게 뭡니까."
29일 오전 9시 경기 용인시 운전면허시험장 민원실 문이 열리자마자 모바일 운전면허증 QR코드를 받기 위해 방문한 자영업자 이모씨(45)는 현장에서 QR발급이 안된다는 소식을 듣고 화를 참지 못했다.
서버폭주로 QR발급이 안된다는 직원 말에도 그는 "그러면 공지를 해줘야 할 거 아니냐. 내가 한가해서 아침부터 여기를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10분간 항의를 하다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고 돌아갔다. 현장에서 QR을 받기 위해 아침부터 면허시험장을 찾은 사람은 이씨를 포함 수십명에 달했다.
직원들은 화가난 사람들에게 홈페이지에 이미 공지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모바일 면허증 발급 홍보만 보고 온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첫날에 이어 이틀째인 이날 오전에도 면허시험장에선 혼란이 계속됐다. 전날에는 모바일 신분증 앱 폭주로 본인인증이 되지 않아 혼란을 빚었다면 이날은 QR 발급에 문제가 생겼다. 그러나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경찰청은 오전 10시가 되어서도 QR코드 발급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전날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현장을 직접 찾을 만큼 기대하는 사업이지만 발급 이틀차에도 시민들은 불편을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은 전날부터 전국 모든 운전면허시험장(27개)과 경찰서(258개)에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있다. 모바일 면허증 발급 방법은 IC 칩이 내장된 운전면허증 발급과 QR코드 발급, 두가지가 있다.
기존 면허증을 아예 새로운 IC 운전면허증으로 교체하면, 수수료는 13∼15배(국문 1만 3000원·영문 1만5000원, 적성검사까지 함께 받으면 2만 원)다. 수수료는 비싸지만, IC 운전면허증만 갖고 있으면 언제든지 모바일 면허증을 재발급받을 수 있다.
QR코드로 발급할 경우 기존 플라스틱 재질 운전면허증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유효기간 3년에 수수료가 1000원으로 비용이 거렴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려 모바일면허증을 재발급받을 시 시험장이나 경찰서 민원실 등 현장을 다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기존 면허증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선택했다.
이날 오전 용인 운전면허시험장에서도 모바일면허증 QR코드를 발급받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만 30명이 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QR발급이 안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성이 오갔다.
모바일면허증 QR코드를 발급받고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직장에 반차를 내고 왔다는 최모씨(34)는 "홈페이지에 공지하면 누가 아냐"며 "신분증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 다 해놓고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되겠냐"고 분노했다.
면허시험장 직원들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부터 대기하는 사람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버폭주로 QR코드 발급은 안 될 것 같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안내하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민원인들을 돌려보내느라 정신이 없는 면허시험장 직원은 "사실 면허증 발급만이 우리 업무"라며 "사람들에게 공지하는 것은 행안부나 도로교통공단이 해야 하는데 아쉽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행안부나 도로교통공단의 경우 오전 10시까지도 현장 QR코드 발급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자 "QR발급이 안되느냐"며 "상황을 파악하고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20분이 지나서야 경찰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고 "서버를 복구해 이제 곧 QR발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11시가 넘어 "현재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최대한 빠르게 복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시민들의 불만을 직면하는 현장 직원들은 "QR이 복구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만약 지시대로 공지했다가 또 안되면 우리만 욕먹는다"며 "상황을 지켜보다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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