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 증가했다지만 재고 급증..경기 '착시주의보'

조해동 기자 2022. 7. 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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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 지표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재고가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재고 급증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고 급증은 시차를 두고 생산도 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건을 만들어 창고에 보관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고가 늘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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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재고지수 127.5 ‘최고치’

全산업 생산 0.6% 증가 불구

中성장둔화·美침체 우려 겹쳐

반도체 중심 재고 빠르게 쌓여

소매판매 증가율 넉달째 감소세

생산도 점차 줄어들수밖에 없어

국내 경기 지표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재고가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보다가는 착시(錯視) 현상 때문에 경기 판단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2022년 6월)을 보면, 올해 6월 제조업 재고지수(원지수)는 127.5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재고지수도 상승하지만, 최근 재고가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보여주는 재고/출하 비율은 6월 124.6%로 2020년 5월(127.5%) 이후 가장 높았다. 앞으로 재고/출하 비율이 127.5%를 넘어서면 그다음으로 높았던 때인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8월(133.2%) 이후 최고치를 넘보게 된다. 6월 재고/출하 비율은 5월(114.3%)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무려 10.3%포인트나 급등했다.

특히 현재 제조업 재고 급증을 주도하는 부문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라는 측면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반도체 재고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79.8%에 달했다. 2016년 4월(104.1%)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크다. 최근 반도체 재고 급증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고 급증은 시차를 두고 생산도 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건을 만들어 창고에 보관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고가 늘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6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반도체(4.2%), 자동차(7.4%) 등의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은 재고로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6월 설비투자는 4.1% 늘었지만, 건설 기성은 파업 등에 따른 시멘트 수급 문제로 2.0% 감소했다.

6월 경기 지표에서 또 다른 우려스러운 점은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전월 대비)이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는 사실이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3월(-0.7%), 4월(-0.3%), 5월(-0.2%)에 이어 6월에는 -0.9%를 기록했다. 소매판매 4개월 연속 감소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24년여 만이다. 한국은행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정책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비 지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과 같았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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